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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 사회 사회일반

“평산동 코발트광산 수직갱도 뚫었다”

최승호 기자 입력 2026.09.17 16:22 수정 2026.09.17 16:22

유족회, 자비 1억 들여 발굴 앞서 사전 안전작업 마무리
유족·시민사회, “정부와 지자체 및 3기 진화위 즉각 발굴나서야” 목소리

↑↑ △ 작업인부들이 대형 바위를 전동 드릴로 쪼개고 있다.

무려 76년간 토석으로 막혀 있던 평산동 코발트광산 수직1굴이 뚫렸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후 국군 122연대와 CIC경산자인파견대, 경찰은 대구형무소 수감자와 국민보도연맹원 약 3500명을 수직1굴 앞에서 총살한 후 시신들을 깊이를 알 수 없는 이곳에 빠트려 암매장했다. 이후 누군가가 불법처형 현장을 엄폐하기 위해 수직굴 주변에 흩어져 있던 폐광석과 흙을 수직굴에 밀어 넣었다. 2008년 발굴 현장에서 불발탄인 소련제 79미리 고폭탄이 발견된 것으로 미루어 불법 처형 직후 현장엄폐를 시도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2000년 수평1굴에서 40여 구의 유해가 수직굴에서 삐져나와 있었고, 2001년 3월 수평2굴 발굴 당시에도 40여구 이상의 유해가 수평2갱도와 수직굴이 만나는 지점에서 수습됐다. 진화위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 수평2굴로 진입해 수직굴에 쌓인 유해를 수습하고자 했으나 수직굴을 막고 있던 토석 때문에 발굴단은 쏟아지는 토석을 H빔으로 막고 수평2굴 아래로 발굴하기 시작했다. 불과 3미터도 안되는 공간에서 400여구를 발굴했지만 진화위 활동이 끝나고 발굴은 중단됐다.
 
발굴이 중단된 후에도 유족회는 수직굴에 대한 발굴을 포기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부푼 희망을 안고 발굴을 요청했지만 묵살당했고, 2020년 2기 진화위에도 발굴을 요청했지만 진화위는 수평2굴에 쌓아두었던 흙포대 5000개 반출 및 유해수습만 진행했다.
이후 2025년 경산시와 경북도가 3억원을 들여 발굴작업을 진행했지만 수직굴에 막혀있던 토석 일부를 제거했을뿐 발굴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1기 진화위 당시 발굴단이 추가로 유해는 없다고 했지만 유족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3기가 진화위가 마지막일 수 있다는 절박감으로 이번에 발굴기회를 놓치면 영원히 수직갱도 발굴은 어렵다고 판단한 유족회는 긴급 이사회를 열어 1억원의 토석제거비용 지출을 결의했다. 13명의 이사 들 중 어느 누구도 거금의 유족기금을 발굴 사전작업에 쓰는데 토를 달지 않았다. 그만큼유족들에게는 유해발굴이 절실했다.
 
이전 진화위가 발굴을 하지 않은 것은 전적으로 안전확보 때문이라고 판단한 유족회는 수직굴을 가득 메우고 있는 토석을 제거하면 진화위가 발굴에 나설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마침내 토석제거작업 3개월만에 49미터에 이르는 수직1굴과 수평2굴 사이에 가득 메워서 있는 토석 수백톤을 제거했다. 그 과정에서 대퇴부 등 유해 수십점과 안경 등 유품들이 발견됐다.
 
마침내 지난 8월 19일 오전 수직1굴에서 수평2굴 작업현장의 불빛이 비쳤다. 76년간 막혀 있던 수직1굴이 마침내 뚫린 것이다. 수직1굴과 수평2굴이 뚫리자 매캐한 냄새가 진동을 하기 시작했고, 일정하게 불어나오던 바람도 더욱 세차게 느껴졌다. 유령탐험담을 막기 위해 설치한 육중한 수평2굴 철문이 바람 때문에 잘 닫히지 않을 정도였다.
 
나정태 이사장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유족들이 마련한 기금 1억원을 아낌없이 토석제거작업에 투입했다”며 “발굴을 위한 안전이 확보되었으니 이제는 진화위가 답할 때”라고 간절함을 전했다.


발굴 끝나면 코발트광산, 선광장 묶어 현장보전 및 국가유산으로 등록 촉구


한편 진화위는 유족회의 이같은 절실한 유해 발굴 의지를 확인한 만큼 빠른 시일내에 발굴단을 구성해 중장기적인 발굴계획을 수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진화위 관계자는 “발굴이 시급한 지역이 나오지 않으면 향후 코발트광산에 집중해 토석제거 및 발굴작업에 나설” 뜻을 비췄다.

코발트광산유족회는 오는 10월 19일(음력 9월9일) 위령탑 앞에서 제76주기 제26번째 합동위위령제를 거행할 예정이다. 합동위령제에 경산시와 지역국회의원, 진화위 고위관계자를 초청해 연내 발굴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족들의 뜻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번 합동위령제에는 연초 코발트광산에서 아버지의 유해를 찾은 제주시 애월읍 소길리 출신 고 임태훈씨의 딸 임진옥 여사와 제주4.3유족회 영남위원회가 참석할 예정이다. 이밖에 전국의 유족회도 이날 평산동에서 정부와 지자체, 진화위에 유해발굴의 시급함을 알리는데 힘을 모을 예정이다. 이와함께 발굴된 유해의 유전자정보 채취와 유족 및 방계혈족들의 유전자 정보채취작업을 범국가적 차원에서 시행해 줄 것을 건의할 예정이다.

1946년 10월항쟁에서 4.3항쟁으로 이어진 민중의 자주독립국가 건설과 자유 의지가 최종적으로 소멸돤 곳이 코발트광산이라는 역사적인 사실 때문에 이날은 전국이 민간인학살 유족회가 참석할 예정이다.
 
대구경북에서도 10월1일 가창골 합동위령제를 시작으로 오는 10월17일 경북 영천에서 민간인학살 추모제가 진행된다. 오는 10월 19일 오전 11시에는 청도군에서 위령제가 열릴 예정이다. 고령군에서도 오는 20일, 25일에는 안동에서 추모제를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11월 6일에는 전국유족회가 서울시청 앞에서 추모제를 진행한다. 오는 11월 10일에는 군위군에서 11월 25일에는 경북연합회가 합동 추모제를 열 예정이다.

한편 3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송상교)는 지난 8일 제4차 전원위원회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희생사건' 등 118개 사건의 1041건에 대해 진실규명을 위한 조사개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 △ 수직굴 발굴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수습된 유해와 유품들.

↑↑ △ 수직1굴에서 내려다본 수평2굴 맞닿는 지점. 토석제거작업 조명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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