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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중심공간보물섬 대표 작가 |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27분, 텔레비전을 통해 발표된 계엄령에 대한민국 국민들은 모두 어리둥절했다. 늦은 밤인데도 불빛이 휘황찬란한 여의도의 고층 건물 위로 군용 헬기 3대가 날고 곧이어 여의도 국회 잔디에 착륙하는 모습과 중무장한 군인들이 국회로 몰려드는 광경은 전쟁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국회 앞 정문은 경찰과 시민들로 뒤엉켜 있고 국회의원들은 담을 넘어 안으로 들어갔다. 유리창을 깨고 군인들이 국회장 안을 침범하는 모습은 아수라장이었다. 이런 비현실적 광경이 2024년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현실이었다. 허구가 아닌 실화라는 생각에 두려움이 들었다. 그다음 날부터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는 시위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분노가 가득 차야 할 거리의 곳곳에선 형형색색의 응원봉이 반짝였다. ‘탄핵’이라는 무서운 단어를 이겨내고, 차디찬 도로 위에서 다 같이 즐겁게 즐기는 마음으로 승화하는데 ‘응원봉’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처럼 다 같이 즐기는 분위기가 많은 시민들이 ‘계엄’을 자행한 위정자를 탄핵하고자 하는 집회에 참여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응원봉만이 아니라 다양한 문구가 적힌 깃발들이 시위대의 머리 위에서 휘날렸다. 깃발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종류가 아니었다. ‘전국 집에 누워있기 연합’은 “제발 그냥 누워있게 해주라고, 우리가 집에서 나와서 일어나야겠냐”라는 문구와 함께 휘날렸다. 이 외에도 재치 있는 깃발들이 많았다. ‘왕복 4시간 경기도민 연합회’의 ‘막차 끊기기 전에 탄핵 해 주세요’ ‘대한 중2 학부모 연맹’, ‘전국 수족냉증 연합’, ‘전국 휴학생 연합회’, ‘전국 응원봉 연대’, ‘직장인 점심 메뉴 추천 조합’, ‘달팽이 확대연구회’, ‘논문 쓰다가 뛰쳐나온 사람들’ 등 재치 있는 이름의 깃발이 시위 현장에 가득했다. 참가자 중 ‘전국 공개 고백 장려협회’ 깃발을 들고 나온 한 10대 참가자는 “누군가에게 고백할 때의 그 용기로 나라를 구하고 싶어서 집회에 나왔다”고 했다. 능청스러운 유머 감각과 유쾌함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위 문화를 만들었다.
달라진 시위 문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코로나 시기 확진자 지도를 앱으로 만들었던 대한민국의 엄청난 온라인 창의력과 적응력은 이번 시위에서도 ‘선결제’ 문화를 낳았다. 수령자를 미리 정해 놓지 않고 미리 주문하는 선결제 문화는 집회에 직접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이 음식과 음료로 마음을 전하는 따뜻함이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매장 위치를 공유해 시위 참가자들이 무료로 받아 가도록 한 이런 문화는 나라가 어려움에 부닥치면 항상 국민들이 나서는 대한민국의 위대함을 보여주었다. 이런 마음에 대해서 시위 참가자들은 “다른 사람을 위해 미리 결제해 놓는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시위에 참여하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시위에서는 아이돌 팬들이 또 다른 팬을 위해 준비한 푸드 트럭도 많았다고 한다. 아이유, 소녀시대 유리, 뉴진스 등 여러 아티스트들도 시위에 나간 팬들을 응원하기 위해 미리 식당에 선결제하였다.
이런 시위 문화를 두고 이제야 우리 사회의 2030들이 사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심한 착각이다. 그들은 이번 12.3 내란 사태를 통해서 사회적 관심과 연대로 진화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항상 직접 행동하는 주체였다. 이번 시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 이삼십대 여성들은 오래전부터 여성문제와 사회문제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이는 세대였다. 아이돌 그룹의 팬들도 “임금 차별과 부당 노동 행위를 저지른 회사의 제품을 자신들의 아티스트 영상에 광고하지 말라”는 SNS상의 보이콧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밖에도 음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중복 구매를 유도하는 소속사들에 대해서 심각한 기후 위기 속에서 플라스틱 생산과 폐기를 유발한다는 이유로 불매 운동을 벌이기도 하였다. 더 나아가서 책임감 있는 기후 행동을 요구하고자 환경 단체 ‘케이팝포플래닛’을 결성하는 팬들도 있다. 이렇듯 소중한 빛으로 세상을 지키는 MZ 세대가 있어서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