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시 평산동에 위치한 코발트광산, 더 정확하게 말하면 보국코바르트광업소는 일제의 지하자원 수탈과 강제동원, 그리고 민간인학살이라는 3가지 역사적 사실을 간직하고 있는 현장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다시 코발트광산이 해방공간, 대구와 제주, 여수순천의 꿈이 마지막으로 스러진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2차대전 이후 세계최초로 미 제국주의에 항거한 대구 시월항쟁은 이후 제주4.3항쟁의 도화선이 되고 여순항쟁을 이끌어냈다. 미군정기 3대 민중항쟁이라고 불리는 이들 항쟁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민주적 자주독립 국가와 토지개혁과 인간다운 삶을 꿈꾸던 사람들이었다. 1946년부터 50년 해방 이전까지 약 5년 간에 걸친 우리 민중들의 의지가 최종적으로 꺾인 장소가 바로 일제가 건설한 보국코바르트광업소였다는 것은 많은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일제가 건설한 폐광산 갱도에, 일제에 항거하던 사람들이, 일제가 조선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하던 법과 제도, 사람, 단체에 의해 학살되었다는 것은 일제 36년간 친일부역자를 처단하지 못한 우리 근현대의 비극이자 천추의 한이 될 수밖에 없다.
코발트광산에서 학살된 사람들은 경산청도영동지역의 국민보도연맹원과 대구형무소 수감자들이었다. 한국전쟁 개전초기인 7월 즈음 대구형무소에는 시월항쟁 관련 형기를 채우지 못한 수감자와 형기를 다 채운 후 석방되었지만 그로 인해 국민보도연맹에 가입한 사람, 제주 중산간에서 마지막으로 투항했지만 15년형 이상 중형을 선고 받은 제주도민 200명, 여수항쟁 관련 대전형무소에 수감 중이던 1300명 가운데 일부가 대구형무소로 이감돼 수감 중이었다.
이들이 코발트광산과 신동재, 가창골에서 생을 마감하면서 그들의 꿈도 소멸된 것이다. 그러나 그 꿈들은 2.28, 부마항쟁, 4.19 혁명으로 되살아났고, 5.18로 거듭났으며 80년이 지난 오늘 구절초처럼 한반도 전역에서 피어나고 있다.
지난주 10월 1일 10월항쟁 80주기를 맞아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새로운 미래를 다짐하는 추념식이 가창골에서 거행됐다. 98개 단체가 모인 10월항쟁 80주년 행사위원회가 주관한 이번 추년식에는 역대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추모사를 보내 행전안전부 차관이 대독했다. 민주당과 진보당, 정의당, 조국혁신당, 국민의힘 등 제정당 대표들이 근조화환을 보내거나 추도사를 보내옴으로써 전 사회가 10월항쟁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기는 벅찬 추념식이었다.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다름 아닌 유족회였다. 유족회는 시민사회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추념식에 참가하지 않고 따로 유족회만의 위령제를 지낼 예정이라고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가운데 어제(6일)는 국회에서 10월항쟁 특별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의실에서 열린 ‘10월항쟁 80주년의 의미와 과제’ 토론회에는 민주당과 진보당, 조국혁신당 국회의원들이 참석해 특별법 제정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특별법에는 배·보상, 재심, 유해발굴 외에도 제주4·3은 특별법처럼 전담위원회와 희생자·유족 결정, 보상, 특별재심,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유해발굴과 추념사업, 여수·순천 10·19 특별법에 담긴 의료·생활지원, 위령·평화인권교육 등의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0월항쟁특별법이 제정되면 평산동 코발트광산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인권교육 역사평화공원 조성도 탄력을 받을 것이다. 이땅에 스러진 모든 민간인피학살자들이 ‘어머니의 마음’이라는 꽃말이 담긴 구절초로 이 가을에 피어나기를 간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