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오피니언 사설

설설기는 설 명절

경산신문 기자 입력 2026.02.11 19:20 수정 2026.02.11 19:20

병오년 설이 며칠 남지 않았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아직도 구정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지역에서 설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설의 사전적 의미는, 음력으로 정월 첫날을 일컫는 말로 원단(元旦), 세수(歲首), 연수(年首)라고도 부른다. 한자로는 신일(愼日)이라고 쓰기도 하는데 ‘근신하여 경거망동을 삼간다’는 뜻이라고 한다. 묵은 1년은 지나가고 설날을 기점으로 새로운 1년이 시작되는데 1년의 운수는 그 첫날에 달려 있다고 조상들은 생각했던 것이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우리 민족은 갑오개혁 이전까지 전통적으로 음력 1월 1일인 설날과 8월 보름인 추석을 연중 가장 큰 명절로 지냈다. 그러나 1895년 단행된 을미개혁(乙未改革)에 따라 1896년부터 태양력을 도입하면서 양력 1월 1일을 ‘신정(新正)’이라고 하여 전통적인 명절이었던 설날과 구분했다.
 
양력을 기반으로 했던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 이후에도 양력 중심의 행정은 계속되었으며, 전통적인 명절이었던 설날은 ‘구정(舊正)’이라고 구분해 부르기도 했다. 지금도 구정이라고 말하는 대다수 사람들은 일제의 잔재가 깊이 배인 이 구정을 아무 개념 없이 사용하고 있다.
 
설날 전후로 귀성 행렬이 이어졌지만 양력 문화를 정착시키려는 정부 정책 때문에 새해 인사와 문안을 양력과 음력에 걸쳐 두 번 지내게 되거나, 가정에 따라 설 문화와 풍습을 지키는 시기가 서로 다르게 되는 모순과 폐단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설을 ‘이중과세(二重過歲)’라고도 불렀다. ‘이중과세’는 ‘설을 두 번 지내다’라는 뜻이었다.

결국 정부는 1985년부터 설날을 ‘민속의 날’이라는 이름의 공휴일로 지정하여 전통문화를 존중하는 쪽으로 선회했고, 1989년부터는 ‘설날’이라는 이름을 복원하면서 이날 전후로 3일간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무형유산정책이 전문 기·예능을 보유한 전승자 중심에서 온 국민이 함께 전승해온 공동체의 생활관습으로 확대됨에 따라 가족과 지역 공동체의 생활관습으로 향유·전승되어온 명절인 설날도 대보름과 함께 지난 2023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됐다.

설날의 세시풍속은 매우 다양하다. 설날이 다가오면 섣달 그믐날 자정이 지나자마자 복조리장사들이 복조리를 한 짐 메고 골목을 누비기도 했다. 또 설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미리 마련해둔 새 옷으로 갈아입는데 이 새 옷을 설빔이라 했다. 온 가족이 모여 차례가 끝나면 어른들께 순서를 따져 세배를 올렸다. 떡국으로 마련한 세찬(歲饌)을 먹고 어른들은 세주(歲酒)를 마셨다.
 
불과 20년 전 만해도 시골에는 이웃 및 친인척을 찾아서 세배를 다녔다. 마을의 어르신이나 친구 어른들도 찾아뵈었다. 또 조상의 무덤을 찾아서 성묘를 하거나 이날을 전후하여 윷놀이·종정도놀이·널뛰기·연날리기 같은 세시 민속놀이를 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설은 어떤가? 차례를 지내는 사람조차 찾아보기 싶지 않다. 설에 고향을 찾아오는 사람도, 성묘객도 눈에 띄게 줄었다. 골목길마다 빼곡하던 귀성객 차량도 줄어 평소보다 주차장이 더 널찍하다.
 
경산시가 민족고유의 명절인 설을 맞아 안전하고 편안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2026년 설 명절 종합대책을 본격 추진한다고 한다. 설 연휴 전·후인 2월 5일부터 18일까지 총 14일간을 중점 추진 기간으로 설정하고, 지역 안전·민생경제·시민 편의·생활 안정 등 4대 분야를 중심으로 종합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춰 종합상황실도 운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썰렁한 전통시장과 식당가를 지나칠라면 설대목이 실감난다. 모두가 주식에 투자해 돈이 없다고 한다. ‘설설 긴다고 설’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위정자들은 지금이라도 서민들의 삶을 더 깊이 들여봐 주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경산i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