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냄비만 해도 종류가 12가지가 넘는데 각각 3가지 색상이니까 36종이죠. 다라이는 1호부터 12호까지 있고, 소쿠리도 미니부터 16가지나 됩니다.”
자인장에서 60년 넘게 대를 이어 그릇전 ‘나이롱’을 운영하고 있는 자인공설시장상인회 김총섭(65세, 사진) 회장을 이주일의 경산사람으로 만났다.
김 회장은 자인면 동부리에서 3남1녀 중 3남으로 태어나 자인초를 졸업하고 대구로 유학을 갔다. 동중과 대륜고를 거쳐 한사대(지금의 대구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고려증권에 입사했다. 증권회사가 맞지 않았던 김 회장은 6개월 만에 그만두고 당시 섬유회관에 있던 코트라 대구지점에 입사했다.
“큰 형님이 올해 예순아홉인데 아버지가 형님을 낳고 자인장에서 장사를 시작하셨으니 올해로 60년 가까이 됐습니다. 무거운 유기나 질그릇을 사용하던 사람들이 가벼운 양은, 플라스틱 그릇을 써보니 얼마나 신세계였겠습니까.”
‘나이롱’의 전성기는 90년대에서 2010년대였다. 자인공단이 막 입주를 시작하고 외식문화가 보편화되면서 한 달에 화물차로 한 차씩 납품이 들어갔다. 두채협회에도 콩나물시루가 트럭으로 들어갔다. “오일장이니 4일은 집에서 포도농사 논농사 짓다가 장날 되면 나가서 팔고, 큰 거래는 공장에서 직접 떼와서 납품했죠. 대기업 때려치우고 나왔다고 타박도 많이 들었는데 그때는 장사가 더 재밌었습니다. 3남이지만 가업을 이었다는 뿌듯함도 있었고예.”
경산에 있는 3개의 전통시장 가운데 시설현대화사업이 시행되지 않은 시장은 자인공설시장이 유일하다. 경산시장과 하양시장은 이미 새단장을 마치고 손님을 맞고 있지만 자인시장은 여전히 낡은 장옥에 찢어진 천막 아래 장이 서고 있다. 몇 차례 시설현대화사업이 추진되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상인회가 2개로 나뉘어져 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장옥은 그대로 두고 일부만 리모델링하자, 싹 밀고 새로 짓자’는 두 견해가 맞서 왔다.
그런 자인공설시장에도 이제 시설현대화를 위한 조건이 무르익었다. 두 개의 상인회가 하나로 합친 것이다. ‘나이롱’ 김총섭 회장이 단일화 자인공설시장상인회장으로 선출된 것이다.
“최근에 주민설명회를 갖고 함평시장과 나주시장으로 선진지 견학을 다녀왔습니다. 견학을 다녀온 상인과 안 갔다온 상인간에 이견이 좀 있기는 하지만 거의 합의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이번에는 꼭 시설현대화사업이 추진될 겁니다.”
자인공설시장 현대화사업에 힘을 보태줄 든든한 우군도 생겼다. 경산자인단오제보존회가 공설시장에서 추석을 앞두고 오는 10월 3일 여원무를 위시한 공연을 펼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내에 자인장에서 3만원 이상 물건을 구매하면 보존회에서 직접 담은 단오주 1병을 제공하기로 보존회장님과 협의를 마쳤습니다.”
2025년 올해 자인장에는 자인장 명물인 돔배기도 사고 간갈치도 한 두릅 사서 민족 최대명절을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벌써부터 설렌다. 모처럼 전국방방곡곡에서 모인 가족들이 단오주 한잔 걸치면서 고향이야기 옛날이야기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행복한 연휴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