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의 최오지 육동으로 넘어가던 비오재에서 소꼴을 먹이면서 저 멀리 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면소재지 전기불이 부러워 ‘나도 언젠가는 저곳에서 살아야지’ 다짐을 했던 시골소녀가 유리천정을 뚫고 경산지역 최초로 제2금융권 이사장에 당선됐다.
지난 82년 입사해 만 43년 만에 여성 최초로 지역농협 새마을금고 신협 등 20여 개에 이르는 경산지역 제2금융권 이사장에 오른 최홍자(63세, 사진) 경산새마을금고 이사장을 이주일의 경산사람으로 만났다.
최 이사장은 용성면 대종리에서 3남4녀의 셋째로 태어났다. 경산에서 유일하게 출장소가 있었던 육동은 오지 중에서도 오지였다. 용성면소재지에서 육동으로 넘어가는 비오재는 구름도 쉬어갈 정도로 험준했다.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오면 비오재로 소를 몰고 갔다. 저 멀리 어렴풋이 보이는 면소재지 전깃불이 그렇게 밝아 보일 수 없었다. 중학교 다닐 때까지도 육동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언니 오빠들과 면소재지로 나가 용성중학교를 졸업하고 대구의 명문 제일여상에 합격해 대구로 유학을 갔다. 육동 소녀의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졸업에 앞서 도교육위원회에 취업했는데 우연히 경산새마을금고에서 직원을 뽑는다는 공고를 보게 됐다. 고향 땅에서 살겠다는 바람을 실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2명을 뽑는데 무려 42명이 응시했다. 76년 설립 당시 151명 회원으로 출발한 경산새마을금고는 최 이사장 입사하고 회원 300명에 자산은 70억원으로 불어났다. 88년 결혼을 하면서 계장으로 승진했다.
“87년 7월 입사해 낮에는 창구에서 예금업무를 보고 저녁에는 혼자 남아 총무업무를 봤습니다.”
잘 나가던 금고는 IMF를 겪으며 무리한 본소 신축이전과 이동금고 운영 등으로 침체기를 맞았다. 경산 최고 금고 자리를 진량과 하양에 넘겨주었다. 2004년 실무책임자가 된 최 이사장은 본점을 매각하고 점포를 축소하는 등 뼈를 깎는 자구책으로 2020년 드디어 회원들에게 배당을 재개했다. 무려 20년만에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2015년 자산 1000억원, 22년 자산 2000억을 차례로 돌파했고, 최 이사장이 17대 이사장으로 취임하며 자산은 2200억원, 회원수는 2만명으로 성장했다. 한때 23명이던 직원은 16명으로 정예화했고, 본점과 지점 두 곳을 운영하며 내실을 다지고 있다. 무엇보다 경산새마을금고의 자랑은 연체율이 1% 미만으로 안전하다는 것.
올해 3.5 전국동시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에서 경산을 비롯해 포항 상주에서 5명의 여성 이사장이 배출됐다. 전국적으로 1100개에 이르는 새마을금고 가운데 100명의 여성 이사장이 배출됐지만 다른 지역보다 유독 보수적인 경산에는 지역농협 10개, 새마을금고 9개, 신협 4개가 있지만 지금까지 여성에게는 이사장 조합장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관내 23개 제2금융기관 중 여성이 이사장이나 조합장을 맡은 곳은 경산새마을금고가 유일하다.
“지역최초 여성 이사장에 만족하지 않고 자산, 자기자본, 수익률 등에서 1등급 금고로 성장시키겠습니다. 직원들에게는 ‘출근하고 싶은 신바람 직장’으로, 회원들에게는 ‘믿고 맡겨주는 안전한 금고’라는 인식을 심어주도록 앞장서겠습니다. 다른 금융기관에서도 여성이라고 배제하지 말고 섬세하면서도 포용심이 깊은 여성 임원들을 뽑아 더 많은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