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로 접어든 경산시가 새로운 사회문제에 직면해 있다. 바로 화장장 없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 따르면 최근 전국적으로 사망 후 3일 차 화장 비율이 63.8%로 집계됐고, 4일 이상 대기했다가 화장한 비율도 36.2%라고 밝혔다. 경북지역의 화장률은 2007년 44%에서 2011년 57.3%로 매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대구명복공원이 타 시·군 주민 한시적으로 이용을 제한해 시민들의 불안은 가중되면서 경산시에도 화장장을 건립해야 한다는 여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런 여론을 감안, 경산시는 중·장기적 해법으로 공설화장장 건립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조현일 시장은 연초 기자간담회에서도 “공설장사시설 부재로 인한 시민 불편을 해소하고자 경산시 공설장사시설 설치 기본 계획을 수립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사(多死)사회’가 다가오는데 화장장이 태부족한 것은 그만큼 짓지 않아서다. 혐오시설로 분류된 화장장은 대부분 입지선정부터 격렬한 반대에 부딪힌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전국 화장시설은 61곳이며 연간 34만 6680구를 화장할 수 있다. 지난해 화장한 사망자(34만2128구)보다는 많아 보이나 사망 시기, 지역이 다르다 보니 3일장 수요와 공급 간 불일치 현상이 일어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30년대 사망자가 연간 41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계했다. 이는 현재 화장 가능 용량을 훨씬 넘는 수치다.
최근 경기북부 지자체가 광역화장장 신설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양주시가 지난해 83만㎡ 규모의 광역장사시설이 들어설 부지를 공개 모집했는데 6곳이 신청서를 냈다고 한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언젠가는 시ㆍ군마다 최소 1개씩의 화장시설을 갖춰야 한다. 화장장 건립에 대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화장시설을 인접한 시ㆍ군이 공동으로 건립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대부분의 지역주민들은 매립장, 소각장, 석산, 공원묘지 등을 혐오시설이라 부르며 내 주변에는 없기를 바란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리는 매일 먹고 싸고 버려야 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는 땅에는 이들 시설이 들어서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러면 이들 시설이 몰려있는 지역 주민들은 평생 고통을 겪으며 살아야 하는가? 그들도 대다수 시민들과 같이 환경권 건강권과 같은 주민생활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의 희생에 대해 보상한 적이 있나? 오히려 그들의 생존권지키기를 과도하다고 몰아부친 적은 없는지 되돌아 보아야 한다.
최근 남천면민은 자신들의 생활권을 지켜내기 위해 펼쳤던 지난 20여년간의 처절한 몸부림을 기록한 환경백서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남천면민들은 스스로 대책위를 조직하고, 활동기금을 모금하고, 변호사를 선임해서 싸웠다. 셀 수없이 많은 항의방문과 서명운동, 도보 행진과 차량 시위, 철야 천막농성을 마다하지 않았고, 심지어 법적 책임을 지기 위해 범법자가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만약에 경산시가 이번에 공설화장장을 설치한다면 지난 20여년간 석산과 공원묘지에 주민생활권을 침해 당해오면서도 끝내 자연환경을 지켜온 남천면민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면 어떨까. 소각장과 매립장으로 고통받는 지역보다는 이미 공원묘지 3곳이 입지해 있어 화장 수요가 많은 데다 지리적 이점이 큰 남천면민들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라도 공설화장장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한다면 관내 1위 지역소멸 지역이라는 오명에서도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