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마을의 골목이나 건축물들을 그림으로 남기는 작업은 사진과는 또다른 의미를 가지게 되잖아요. 이렇게 한 개인이 남긴 기록들이 한 지역의 기록이 되고, 또 그 나라의 기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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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은숙 씨. |
전세계적인 새로운 문화운동으로 자리잡은 어반스케치가 경산에서도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경산신문은 경산어반스케쳐스 최은숙(54, 사진) 리더를 이주일의 경산사람으로 만났다.
어반스케치를 직역하면 ‘도시 스케치’다. 인물화, 정물화 등으로 그림의 장르를 구분하듯이 도시(Urban)를 스케치(Sketch) 한 그림을 어반 스케치라고 한다. 예술가가 방문한 도시를 눈으로 직접 보고 관찰하여 현장에서 그리는 미술활동은 과거부터 있어 왔지만 현재의 어반스케치는 시애틀의 저널리스트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가브리엘 캄파나리오(Gabriel Campanario)에 의해 시작됐다. 그는 2007년 스케치 아티스트들이 사진을 보고 그리는 대신 방문하는 장소를 현장에서 바로 보고 그리도록 장려하는 온라인 스토리텔링 포럼을 만들어 어반 스케치 운동을 시작했다.
어반스케쳐스의 선언문을 보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1) 우리는 실내외의 현장에서 직접 보고 그린다. 2) 우리의 드로잉은 여행지나, 살고 있는 장소, 주변의 이야기를 담는다. 3) 우리의 드로잉은 시간과 장소의 기록이다. 4) 우리가 본 장면을 진실하게 그린다. 5) 우리는 어떤 재료라도 사용하며 각자의 개성을 소중히 여긴다. 6) 우리는 서로 격려하며 함께 그린다. 7) 우리는 온라인에서 그림을 공유한다. 8) 우리는 한 번에 한 장씩 그리며 세상을 보여준다.
지난 2020년 6월 결성된 경산어반스케쳐스는 현재 10여명의 경산회원들이 다른도시 어반스케쳐스와 연대해 활동하고 있다.
“우리는 자발적으로 어반스케치를 하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도시를 기록합니다.”
그러다보니 아주 느리게 그러나 깊게 하다보니 스케쳐스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않는다.
최은숙 리더는 압량면 신월리에서 사과밭집 1남4녀의 둘째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대대로 물려받은 사과밭 농장에 불이나 전 재산을 날리고 이웃 남방리로 이사해 포도밭을 세 얻어 자식들을 건사했다. 넉넉지 못한 살림에 그림에 소질이 있었던 최 리더는 감히 미대에 진학하겠다고 말하지 못했다. 돈을 벌기를 원했던 집안분위기에 눌려 취업을 먼저 한후 대신 실기시험이 없는 의상디자인학과에 진학해 공부했다. 실기가 부족했던 최 리더는 대학 주변의 화실에 다니며 소묘와 데생을 배웠다.
그리고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IMF로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서 직장을 그만두고 남편의 사업을 돕느라 그림은 까마득히 잊어버렸다. 그러나 큰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 미술학원 원장이 재능기부로 운영하는 수채화반이 있다는 것을 알고 다시 그림본능이 되살아났다.
“2년정도 열심히 그렸는데 그 원장님이 학원에 나와서 도와달라고 했죠. 아마도 애들 그림에 손을 대지 않고 최대한 자유롭게 그리게 한다는 원장의 미술철학과 맞아떨어진 것 같았습니다”
학원을 그만두고 혼자서 자영업을 하다가 다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얼마 안돼 직장을 그만둔 남편의 사업을 돕기 위해 사표를 썼다.
“퇴사하고 나니 다시 그리고 싶어졌죠. 그래서 2019년 옥곡동에 있는 작은 화실 성인반에 등록했습니다. 여기에서 어반스케치를 알게되고 원장님과 경산어반스케쳐스를 시작했죠”
2020년 6월 경산어반을 시작해 이듬해 봄 첫 전시회를 산57에서 가졌다. 처음으로 지역신문에서도 소개됐다.
경산어반스케쳐스는 최 리더와 운영진 3명이 이끌어간다. 월 1회 정기모임과 매주 미션을 통해 그리기 연습을 한다. 올해 1월에는 경산의 원도심인 서상길에서 정모를 가지고 작품들을 지면에 내보냈다. 올 가을에는 4번째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도 지역의 오래된 마을과 사라지는 골목, 건축물들을 그릴 생각입니다. 우리가 남기는 기록이 지역의 기록이 되고 자산이 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그려볼 생각입니다”
어반스케치의 세계에 빠져 보고 싶은 시민들은 밴드나 인스타에서 경산어반스케쳐스를 검색해 들어가면 된다. 개인의 기록을 지역의 기록으로 남기는 어반스케쳐스들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