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기획특집 신문사자체

경산 임당유적 출토 고인골: 1500년전 사람들을 만나다

경산신문 기자 입력 2022.04.07 11:38 수정 2022.04.21 15:01

 


(재)한빛문화재연구원-경산신문 MOU                 지역연구자료공유 기획연재 (7)


고고학 발굴 현장 특히 삼국시대의 고분을 발굴하다보면 간혹 인골이 발견되기도 한다. 이때 발굴하던 사람들은 시신을 함부로 훼손하여 받을 재앙을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벗어나고자 또는 사자(死者)에 대한 예의를 다하기 위해 이 인골을 모아 화장(火葬)하거나 이장(移葬)하곤 했다. 

하지만, 1980년대 경산 임당동고분군 발굴에 참여하였던 영남대학교박물관 연구원들은 인골의 작은 조각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고, 이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정성껏 수습하여 보관했다. 경산 임당동과 조영동에 축조된 고분은 대부분 청석을 깊게 파고 큰 판석을 덮은 뒤 그 위에 흙을 높게 쌓아 만든 구조이다. 따라서 무덤 내부는 항상 물과 진흙에 잠겨있어서 인골이나 동물유존체와 같은 유기물이 잘 남아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고인골은 1500년 전 사람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고고학, 생물인류학, 법의학, 해부학 등 여러 분야의 연구자들이 인골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먼저 인골을 통해 그 사람의 인골의 성(sex) 구분이 가능하다. 

남자와 여자는 생물학적으로 다른 기능과 신체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뼈에서도 그 특징을 관찰할 수 있다. 남자와 여자의 가장 큰 차이점은 2차 성징 후에 두드러지는 골반의 형태이며 두개골이나 근육의 발달로 생기는 뼈의 흔적에서도 남녀를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남성 같은 여성, 여성 같은 남성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여러 부위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성을 판단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인골을 통해 무덤에 매장될 당시의 나이를 추정할 수 있다. 뼈를 통해 나이를 추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성장기에 있는 어린아이나 청소년의 나이는 평균적으로 뼈대가 성장하고 치아가 나고 빠지는 정도를 통해 추정할 수 있다. 성장이 끝난 성인은 뼈대의 퇴행적 변화를 종합적으로 관찰하여 나이를 추정할 수 있다.
 
인골을 통해 그 사람의 키도 추정할 수 있다. 한국인의 평균 키는 영양상태의 호전과 환경, 유전 등의 요인으로 과거에 비해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데, 특히 조선시대 사람들의 평균키와 현대인의 평균 키는 10여 ㎝ 이상 차이가 난다고 한다. 

임당유적 인골에서 발굴된 인골의 키는 1958년 한국인 전사자 집단을 대상으로 Trotter와 Gleser가 만든 공식(한국전에 참전한 전사자가 군대에 징집될 당시의 생전 키와 사망 후 측정된 사지골의 최대길이를 이용한 방법)을 이용했다.
 
사람들은 평생을 살면서 가벼운 찰과상에서부터 감기나 골절, 심지어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질병에 걸리기도 하는데, 이 중 일부 질환은 뼈에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 이러한 인골에 남겨진 질환을 분석해 고대 사회의 일면을 복원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인골 발달상의 스트레스 지표에는 안와천공(cribra orbitalia), 다공성 과골화증(porotic hyperostosis), 에나멜 형성부전증(enamel hypoplasia) 등이 포함된다. 

성인기에 나타나는 스트레스 지표는 주로 일상적인 육체적 행위에 의한 역학적 스트레스 반영 지표들로 퇴행성 관절질환(degenerative joint disease), 근부착 부위 뼈대 변형(enthesopathies), 척추에서 나타나는 쉬모를 결절(Schmorl’s nodes) 등이 대표적이다. 치아와 상·하악골에서 나타나는 병리적 지표로는 충치, 생전 치아결실, 치주염, 농양, 과골화증, 마모 패턴 등이 확인된다. 그리고 살면서 골절을 당한 후 치유한 흔적이 확인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법의학적 얼굴복원(Foren-sic Craniofacial Reconstruction)이란 기술을 활용하여 고대인의 인골이나 미이라, 인류 조상들의 화석 등을 통해 사진이나 초상화 등이 남아있지 않은 역사적 인물의 얼굴복원에 활용되기도 한다. 

영남대학교박물관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2019년부터 고대 경산 사람들의 법의학적 얼굴복원을 진행하고 있다. 얼굴복원은 머리뼈 분석→얼굴 근육층과 형태소 형성→피부층 완성 등과 같이 크게 세 단계로 제작이 된다.
 
머리뼈 분석은 주로 형태학 분석을 통해서 머리뼈의 인종이나 성, 나이 등을 추정한다. 또한 계측학적 분석을 통하여 눈동자, 코, 입, 귀 등의 주요 얼굴 형태소의 위치, 모양, 크기 등을 예측하게 된다. 머리뼈 분석을 마친 뒤에서는 얼굴 주요 근육을 해부학적인 위치에 따라 복원하게 된다. 

그 다음으로 머리뼈 분석을 통해서 얻은 눈, 코, 입, 귀 등의 주요 얼굴 형태소 예측치를 기반으로 형태소의 모양과 크기를 형성하여 위치시킨다. 근육과 형태소의 복원을 마치게 되면 얼굴은 어느 정도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근육층과 형태소를 완성한 뒤에는 평균 얼굴피부 두께를 나타내는 게이지에 따라 피부층을 형성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이미 위치에 있는 얼굴 근육과 형태소를 참고해 복원가의 경험이나 예술적 기법이 적용되기도 한다.
 
이렇듯 고인골 연구 즉 옛 사람뼈 연구는 역사 기록을 통해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당시 사람들의 삶과 죽음, 그 사회와 환경, 음식과 문화 등에 대해 과학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법의학적 얼굴복원은 단지 그들의 얼굴을 재현하고자 함이 아니라 옛 사람들의 삶을 복원하는 수단이 될 수 있으며 인문학과 자연과학, 법의학, 해부학, 분자유전학, 미술학 등 여러 학문의 융합 성과를 시각화할 수 있는 유용한 연구 방법이 된다.


 


↑↑ 김대욱 영남대학교박물관 학예연구원.
<필자프로필>
2007년부터 영남대학교 박물관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고고미술 관련 전시, 문화재 발굴 및 조사ㆍ연구, 학교사 자료 수집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경산 임당유적의 고고학적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신라 지방 사회를 중심으로 고대의 상ㆍ장례, 고인골이나 동물유존체 등 자연유물을 통한 생활사 복원에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해외의 토기마을을 현지조사하였으며 고대 토기생산 방법과 기술에도 관심이 많다.
 
최근 『고인골, 고대 압독 사람들을 되살리다』(2019), 『경산 임당유적 고인골』(공저 2019), 『고인골, 고대 압독 사람들』(공저 2020), 「신라 지방 고총의 빈장殯葬 가능성」, 『고고학지』제26집(2020), 「경산 임당 고총의 상어뼈 부장 양상과 그 의미」, 『해양유산』Vol.02(2020), 『토기를 담다』(공저 2021), 『임당 발굴과 고고학의 세계』(2021), 『경산 임당유적의 동물유존체Ⅰ』(공저 2021) 등 다수의 논문과 저서를 집필했다.
 
2020년 10월부터 영남일보 ‘김대욱 큐레이터와 함께 考古(gogo)’를 연재하며 일반인들이 쉽고 재미있게 고고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글을 쓰고 있다.



저작권자 경산i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