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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화 문화 전시·공연

“반딧불-이미지-말들”

최현진 기자 입력 2021.10.28 11:36 수정 2021.11.04 13:47

전리해 <공작의 세계>…보물섬 11월 7일까지 전시
감춰져 있던 약한 빛이 증언하는 이야기

19개의 책상에 놓인 68장의 사진과 15개의 텍스트는 <공작의 세계>라 이름 붙인 전리해 작가의 작품이다.

이미지는 경산시 코발트 광산과 주변 풍경, 상방동의 선광장, 남천면의 폐역인 삼성역이며 색지에 인쇄한 글은 이동하의 소설 [우울한 귀향]에서 발췌했다.

얼핏 보아 다양한 색의 사진이지만 자세히 관찰하면 청색, 자색, 검은색, 흰색으로 분류할 수 있다. 작가는 청색은 코발트 광산, 자색은 광산에서 학살된 무고한 사람들의 피, 검은색과 흰색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희생자들의 신체를 상징한다고 말한다.

↑↑ 전리해, <공작의 세계> 2021.

전리해 작가는 전시장에 19개의 책상을 빼곡하게 배치했다. 보는 순서는 정해져 있지 않고 많은 이미지와 글은 고정된 해답을 방해한다. 우리의 신체는 너무 간단하게, 빠르게 하나의 문제를 판단한다. 이미지와 이미지, 이미지와 글, 글과 글 사이의 충돌은 판단에 따른 성급한 태도의 형성을 고의로 방해하는 장치다.
 
전리해 작가의 음악 작업 <나팔소리 3500>은 본질과 사실, 시각적 태도와 삶의 태도 사이의 치열한 격전지인 전시장에 나팔, 북을 더해 전운을 감돌게 한다. 타악기의 규칙적인 박자는 경산시 평상동 코발트 광산의 희생자 3500명의 흔적을 한 사람, 한 사람 점을 찍듯 반복되고, 북소리가 끝나면 어둠 속에 반딧불이 허공에 흩어지는 듯한 사운드로 마무리된다. <나팔소리>는 이동하 소설 [우울한 귀향]에 나오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에 착안하여 제작되었다.

<신문기자 c의 진실규명 작업일지>는 경산신문 최승호 기자가 코발트 광산 민간인 학살사건을 연대별로(1950~2020년) 기록한 작업 일지다. 텍스트는 작가가 채집한 광산 주변의 풀, 삼성역 주변의 다리, 코발트 광산의 내부, 회색빛 하늘의 이미지 위에 중첩되어 있다. 중요한 사건과 작은 사건의 구분 없이 기록된 연대기적 글은 시간의 무게와 질량을 보여준다. 은폐되고 감춰져 있던 사실을 찾았던 한 개인의 노력을 인화지에 정착시키는 것은 약한 빛을 증언하게 하는 일이다.
 
10월 18일부터 11월 7일까지 지역의 미술 공간인 보물섬에서 열리는 전리해 작가의 <반딧불-이미지-말들>전은 202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시각예술 창작산실 비영리 전시 공간지원의 후원으로 이루어진다.

전시는 11월 7일까지 연장해서 열리며 월, 화는 휴관이고 오후 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시장을 개방한다.
 
문의:010-4354-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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