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시의 지난해 순세계잉여금 1000억 원을 두고 진보당 경산시위원회와 경산시가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진보당 경산시위원회는 지자체 재정은 수지 균형의 원칙에 따라 건전하게 운영해야 하는데도 경산시는 거둬들인 만큼 쓰지 않아 시민들이 행정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산시는 진보당이 지방재정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시민들에게 왜곡된 사실을 전파함으로써 경산시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행동인 만큼 중단해 주기 바란다고 진보당을 공박했다.
진보당은 당연히 시민이 낸 세금이니 그해 시민들을 위해 모두 사용되어야 한다. 100% 모두 쓰지 못하더라도 그에 근접하는 만큼을 시민들을 위해 써야 한다고 경산시를 압박했고, 경산시는 전년도 말까지 집행하지 못한 예산 잔액은 별도로 묵혀두거나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연도 본예산 편성 시 중요 재원으로 활용되어 1월부터 시민을 위한 각종 사업에 즉시 재투입된다고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같은 진보당과 경산시의 공방에 대해 경산시민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진보당이 실시한 경산시민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1006명 가운데 76.4%가 전 주민 재난지원금 지급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밖에 30.7%가 주민복지사업에, 23.5%가 소상공인 지원에, 18.5%가 실업 및 일자리사업에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보당 경산시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경산시가 코로나19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될 정도로 어려운 시기였는데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타시군 만큼의 지원도 하지 않았던 경산시에 이만큼 예산이 남았다는 것에 대해서 주민들이 매우 분노하고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쪽의 입장을 들어보면 원칙적으로는 분명 순세계잉여금 규모가 큰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데 실제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전국 언론에서도 이 문제를 잇따라 지적했는데, 경산시는 오히려 불용예산 최소화를 위해 적극 노력한 결과 도내 신속집행률 1위를 차지했으며, 행정안전부 평가에서도 신속집행 우수기관으로 선정되어 상 사업비 5000만 원과 포상금 100만 원의 인센티브를 받았다고 해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진보당과 경산시의 공방에 대해 집행부 예산을 심의하는 경산시의회는 여태 아무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 진보당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건지 경산시의 해명을 지지한다는 건지 알 수 없다.
1조 원이 넘는 예산을 심의하는 경산시의회가 공식입장을 내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2020예산결산심의위원회가 2020년 회계연도 결산보고에서 예산총계주의 즉 예상되는 세입만큼 예산안을 잡아야 한다는 원칙에 어긋나니 최근 3년간의 평균수납액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예산안을 편성하라고 대책까지 제시한 것으로 입장을 대신하는 것인지 알 수는 없다.
문제는 진보당 뿐만 아니라 한겨레신문, 서울신문도 기사를 통해 지자체의 과도한 순세계잉여금 문제를 지적했다는 것이다. 정의당도 순세계잉여금 문제를 지적했고, 행안부 장관이 지자체가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라 관행이라는 이유로 문제의식을 뭇 느끼고 있는 것이 더더욱 문제라는 것이다.
진보당 경산시위원회는 또 경산시민을 대상으로 순세계잉여금 사용에 관한 주민요구안 수렴 운동을 진행한 것에 대해 경산시가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질타를 하고 있다. 예산편성 담당부서가 주민들의 요구안을 참고하겠다고는 했지만 순세계잉여금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한 양쪽이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시민들은 진보당과 경산시의 공방에 대해 어느 한쪽의 입장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 다만 경주나 포항처럼 순세계잉여금을 재난지원금, 소상공인 지원금 등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것 같다. 최영조 시장이 앞으로 보다 정확한 세입 판단과 주민 수요를 반영한 합리적인 재정지출, 경제 파급효과 극대화를 위한 신속집행 등을 통해 건전하고 효율적인 재정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변한 만큼 시민들의 혈세를 걷을 만큼만 걷고, 걷은 세금만큼은 꼭 그해 사용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제는 예산심사권을 가진 경산시의회도 순세계잉여금 과다발생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