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사회·경제 사회 사회일반

2021 경산시민독서대상 심사평

경산신문 기자 입력 2021.10.14 11:31 수정 2021.10.14 15:36

↑↑ 독서감상문 작품 심사 중인 심사위원들.

2021 경산시민독서대상을 주관한 경산신문사는 지난 9월 30일 작품을 마감하고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8일 심사를 마쳤다. 아래는 심사위원 심사평 전문이다.

심사위원장 심사평
아틀라스의 등, 책임

코로나19로 우리의 평범했던 일상이 위협당하고 사회적인 거리두기로 인해 활동 영역이 엄청 좁아졌다.

이런 불편함 속에서도 시대적인 징표를 예민한 더듬이로 포착하고 지금까지의 삶을 성찰하면서 바람직한 대안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경산신문사에서 주최한 독후감 경시대회에 참가한 초등부에서 일반부까지 158여 명의 많은 분들이, 우리가 사는 인류세에 맞닥뜨린 다양한 질병, 참혹한 전쟁, 크고 작은 참사, 양극화에 따른 구조적인 빈곤, 난민 위기, 생태 위기 등에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힌 문제들에 관해 폭넓게 고민하고 실천적인 대안을 탐색하고 있었다.

우리의 생명과 일상적 삶을 위협하는 팬데믹 세상을 살아가면서,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정확하게 진단하고, 소통하고 함께 연대해서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독후감 행간 구석구석에 담겨 있다.

이분들의 글을 읽으면서 “종교란 책임성이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작크 데리다의 종교에 대한 명제를 떠올렸다. 종교 대신에 삶을 대입해 보았다. ‘삶이란 지금 앞에 놓인 현안과 위기들을, 우리의 루틴을 통해 감당해야 할 책임일 뿐이다’라고.
 
최종심에 오른 네 편의 독후감은 모두 시대적 고민들이 치열하게 담겨 있었다. 초등부 이서현양의 “고양이 해결사 깜냥 1, 아파트의 평화를 지켜라”, 중고등부 이다은양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가로등을 밝히자”, 이재원군의 “들러리VS들러리”, 임종숙님의 “가슴으로 느끼는 기후위기, 한재각의 『기후정의』를 읽고” 등 네 작품을 정독하고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대상에는 “가슴으로 느끼는 기후위기, 한재각의 『기후정의』를 읽고”를, 대상으론 이서현양의 “고양이 해결사 깜냥 1, 아파트의 평화를 지켜라”를 선정했다.
 
이서현양의 “고양이 해결사 깜냥 1.아파트의 평화를 지켜라!!”는 귀여우면서 호소력이 있는 글이었다. 주위에 일어나는 사소한 일을 초등학교 1학년의 맑은 눈으로, 유기묘인 “깜냥이”가 아파트 소음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고 택배아저씨의 어려움을 돕기도 하고, 경비아저씨와 친구가 되어 아파트 구석구석을 밝게 바꿔가는 모습을 지켜본다.

밀집된 주거공간인 아파트에서 이웃들에게 행하는 작은 배려가 모여 공동선을 이루는 과정은 볼수록 즐겁고 아름답다. 이서현양이 경험한 작은 일들은 우리 모두에게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8시까지만 아파트에서 놀기,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기, 화장실을 이용할 때 질서를 지키기 등, 세심한 관찰과 배려를 통해 이룰 수 있는 작은 몸짓이 나로부터 지역으로, 사회에서 국가로 확장되어 가는 날을 기대한다.

주인공을 들냥이인 “깜냥이”로 설정한 것도 아마 작으면서 보잘것없은 소외된 사람을 은유했은 터, 이서현양이 “깜냥이”에게 기대하는 것을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 서현양에게 다시 부탁하고픈 마음이다. “여러 가지 문제들을 센스있게 풀어내는 모습을 보고, 너라면 상대방 기분이 상하지 않고 상황을 좋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거든. ‘스스로 일을 헤아릴 수 있는 능력’이라는 너의 이름의 뜻처럼 말이야”

임종숙님의 독후감은 묵직하면서도 그의 삶이 글 속에 온전히 녹아들어 있다. “인간이 된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책임을 갖는 것이다. 그것은 자기에게는 관계가 없어 보이는 불행한 일들에 대해서 부끄러워 할 줄 아는 일이다” 생텍쥐페리가 제시한 “책임”이라는 명제를 날줄로 하고, 그가 한때 환경단체에서 활동한 경험들을 씨줄로 삼아 공유한다. 그는 동화와 소설, 영화, 음악,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을 통해 느꼈던 감동은 체험하는 사람의 몸에 스며들어 우리 몸과 마음을 움직인다고 한다.

문화예술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꾼다고 말하며,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자본주의적 감성을 벗어나서 새로운 감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가 과도한 이윤추구를 위해 대중에게 제공하는 익숙하고 편안하며 풍요로운 현실에 매몰되어, 현대인들이 자본주의 시스템의 부작용을 성찰하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환경문제에 대해 거시적인 진단과 구체적이고 체화된 방법론이 스며들어 있어 호소력이 있었다.

우리 앞에 놓인 과제가 생명 다양성의 파괴라는 생태계 안에서만 국한이 될까? 대기업 슈퍼마켓의 등장으로 수많은 영세 상인들의 생업이 위협당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접근성과 다양한 선택에 제약을 받는 게 현실이다. 생태계 다양성의 보존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사람들 사이에 소통과 협력이다. 사회적인 생태계에서 주변의 소수자에 대한 배려와 관심 또한 소중한 가치이다.

운동(movement)은 대부분의 경우 보잘것없는 대상이 사회적으로 보편성을 얻고자 할 때 일어난다. 소외된 사람들, 사회적으로 당연시하는 것에서 파생되는 불편함, 공정하지 않는 권력에 의해 억제된 정의로움을 향한 갈망,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하는 양극화 구조에 대한 분노 등도 우리가 성찰해야 할 가치이다. 회복탄성을 잃어가는 지구, 현재 벌어지고 있는 기후위기와 환경파괴는 인류 전체의 존재를 소거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해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환경문제와 공동체의 바람직한 모습, 이 둘을 동시에 살펴야 한다. 데칼코마니처럼 닮아 있는 두 과제에는 해결의 열쇠가 보인다. 독후감 경시대회에 참여한 분들의 지혜로운 눈에는 그 교집합이 드러난다. 개인들과 지역사회와 국가의 어깨에 짊어져야 하는 그만큼의 ‘책임’일 수밖에.

지금 한국 사회 곳곳에 코로나19 못지않게 선택적 인지와 분노, 반지성주의와 맹목적인 편가름 등의 바이러스가 파열음을 내고 병들게 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책을 가까이하고 유튜브와 SNS에서 퍼나르는 정보를 뛰어넘어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경산신문에서 깔아준 독후감 경시대회는 귀한 마중물이 될 터이다. 우리 경산에는 이런 이벤트가 지속되어, 생각의 지평을 넓히고 공공선이 충만한 지역사회를 꿈꾸는 성숙한 시민들의 광장이 되기를 염원하면서 심사평을 가름한다.
 
심사위원장 오일영
(전 무학고 교장)


심사위원 심사평
독후감은 단순히 자기 느낌의 기록, 줄거리의 요약이나 논설문, 설명문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줄거리를 잘 요약하고 독서에서 얻은 세계를 확대하여 자기 생각을 풀어내는 능력을 길러내야 한다. 책을 읽고 새로운 것을 발견해내어 자신만의 문체로 요약하는 개성적인 글쓰기가 되어야 한다. 독자가 독후감을 읽고 그 책을 읽고 싶은 충동을 느끼도록 쓰면 훌륭한 작품이 된다. 건필하기를 바란다.
 
옥고를 보내주신 응모자들께 감사드린다. 아울러 수상자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탈락자들께는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다음 독후감 공모전에도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 드린다.
 
심사위원 허필현
(수필가, 전 초등 교장)


저작권자 경산i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