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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싱싱한 아귀와 콩나물을 넣고 푹 끓인 모리국수. 구룡포 향토음식으로 숙취해소에 좋다. |
| ⓒ 경산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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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 잔치국수, 콩국수, 메밀국수, 밀면…. 국수 종류가 아무리 많아도 한 번씩은 먹어봤거나 적어도 들어본 음식이다. 칼국수만 해도 해물칼국수, 샤브샤브칼국수가 있고 잔치국수도 따뜻한 온면과 차갑게 먹는 냉국수가 있는데, 그만큼 입맛도 각양각색 음식의 변화도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모리국수가 뭐지?
바닷고기가 지천인 구룡포에서는 옛날부터 국수에 아귀며 바다메기, 대게 따위를 넣어 먹었는데, 큰 냄비에 해물과 국수를 넘치도록 넣고 펄펄 끓이면 민물생선을 쓰는 어탕국수와는 또 다른 진국이 된다. 동이 트기도 전 어둠을 가르며 출항한 어부들은 뱃전 가득 번들거리는 물고기를 싣고 돌아와 뜨겁고 걸쭉한 이것을 나눠 먹으며 언 몸을 녹였다. 또 추위를 이기기 위해 마신 술로 속이 쓰린 아침이면 김이 펄펄 나는 국물로는 해장을 하고 국수로 허기를 채웠다. 이것이 바로 구룡포 사람들이 말하는 ‘모리국수’다.
그런데 왜 모리국수가 됐을까. 어원은 확실하지 않지만 몇 가지 설이 있다. 경상도 방언 중에 모디다(모이다)가 있는데 국수에 여러 가지 해물이 모디었다고 해서 모디국수로 불리다 세월이 흐르면서 모리국수로 굳어졌다는 것이 그 하나요. 이 음식을 본 사람들이 이름을 묻자 ‘내도 모린다’고 대답한 것이 그만 이름이 됐다는 설도 있다. 캥거루가 원주민 말로 ‘몰라’인 것과 일맥상통한 이야기다.
번외로 모리가 일본식 표기라는 말도 있다. 보통보다 많이 담는다는 뜻의 일본어 모리(もり)를 쓰고 있다는 주장인데, 구룡포가 일본강점기에 신사가 지어질 정도로 일본인 근거지였던 점을 감안하면 그럴 듯한 해석이다. 실제 커다란 양은솥 째 나오는 국수를 보면 저걸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을 만큼 푸짐하다. 경상도 방언에서 따왔든 일본말에서 유래가 됐든 모리국수는 이제 구룡포에서도 한두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추억의 음식이 됐다.
“원래 이 모리국수에는 기계로 뽑아낸 칼국수 면이나 중면을 쓰는데, 손님들이 손칼국수 면을 더 선호하시더라구요. 그래서 개업 이틀 만에 손칼국수 면으로 바꿨습니다” 얼마 전 중방동에 문을 연 ‘동해모리국수’ 김말순(53세) 사장의 말이다.
사실 기계면이나 손칼국수 모두 장단점이 있다. 기계면은 살짝 밀가루냄새가 나는 것쯤 대수롭잖게 넘어갈 수 있다면 입안에서 매끈하게 넘어가기 때문에 먹기가 수월하다. 반면 손칼국수는 쫀득하고 구수하지만 푹 끓여 내는 모리국수 특성상 면이 퍼지는 걸 감안해야 한다. 어릴 적 굵은 멸치와 신김치, 콩나물을 넣고 양은솥에 끓여주던 어머니표 국수를 떠올리면 비슷할 듯. 이집에서는 아귀와 콩나물을 넣어 국물이 시원하면서도 진하다.
모리국수는 솥 째 나오기 때문에 각자 자기 양껏 퍼먹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국물을 흘리는 건 다반사. 깔끔하게 먹는 건 일찌감치 포기다. 그릇에 얼굴을 묻다시피 하고 후룩후룩 소리를 내가며 한 그릇 먹으면 이마에서는 땀이 줄줄 흐른다. 면이 불기 전에 먹어야 한다는 은근한 압박을 즐길 줄 알아야 맛있는 음식이기도 하다. 금방 무쳐낸 겉절이의 시원하고 달큰한 맛과 썩 잘 어울린다. 아귀에는 나이아신이라는 비타민이 들어 있어 숙취해소에도 좋다. 가격은 5000원. (문의 : 817-4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