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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 사회 사회일반

경산문화가 산책 ‘예술마당’ … 문학 추영희

편집부 기자 입력 2007.12.17 11:08 수정 2007.12.17 11:08

겨울 서정

황량함과 그 황량함 속의 깊어지는 사유를 거느리고 겨울의 얼굴은 맨살로 다가온다.
모든 색채를 다 떨군 풍경은 앙상하지만 그 앙상함으로 해서 더 따뜻해지는 이미지는 겨울이 주는 아름다운 서정이다. 가지만 자잘하게 실핏줄처럼 드러낸 나무의 흔들림은 신록의 흔들림보다 간절하다. 그 나무 사이로 날으는 저녁새의 울음, 일몰 무렵의 하늘, 드물게 걸리는 차가운 구름, 연기 등은 마치 이 지상의 것이 아닌 듯 아련하고 서늘한 아름다움이다.
사람은 황량함 속에서 철학적이게 된다. 우울하고 어두운 시간과 공간 속을 견디는 인간의 시선은 오히려 깊어지면서 투명해진하다. 고통 속에서 진지함을 배우게 된다. 절망과 암담함과 상처 속에서 따뜻함을 볼 수 있게 되는지도 모른다. 그늘이 있어야 빛이 보이는 것처럼 밝음 속에서만 있을 때는 빛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지만 어둠 속에서는 작은 빛이라도 선명하게 그 존재를 보이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어두운 때에 따뜻함을 볼 수 있게 된다.
내가 무심히 지났던 그 지하도 걸인의 그릇은 얼마나 채워졌을까, 그 꼬마의 방은 불이 들어올까, 노점의 그 할머니의 나물은 다 팔려서 조금 일찍 들어갔을까, 겨울에는 때로 조금은 선량해지기도 한다.
겨울 속에서 내 영혼이 깊어지는 날들, 그 황량함과 차가움 속에 동면하는 사색의 보석을 캐내는 시간이다. 겨울의 시는 그래서 오히려 더 절실하고 아름답다.
겨울방학이 되면 이번에는 며칠만이라도 동안거 하듯 어디서 칩거하며 작품을 정리하려 한다. 직장과 가사와 사사로운 일과 업무에 밀리다 보니 한 며칠이라도 집중하여 시를 쓰는 일이 늘 목말랐다. 시가 고파진다.
아름다운 겨울 판화를 한 점 떠낼 수 있었으면 한다.


내 유년 시절 바람이 문풍지를 더듬던 동지의 밤이면 어머니는 내 머리를 당신 무릎에 뉘고 무딘 칼끝으로 시퍼런 무를 깎아주시곤 하셨다. 어머니 무서워요 저 울음소리, 어머니조차 무서워요. 애야, 그것은 네 속에서 울리는 소리란다. 네가 크면 너는 이 겨울을 그리워하기 위해 더 큰 소리로 울어야 한다. 자정 지나 앞마당에 은빛 금속처럼 서리가 깔릴 때까지 어머니는 마른 손으로 종잇장 같은 내 배를 자꾸만 쓸어내렸다. 처마 밑 시래기 한줌 부스러짐으로 천천히 돌리던 바람의 한숨. 사위어가는 호롱불 주위로 방안 가득 풀풀 수십 장 입김이 날리던 밤, 그 작은 소년과 어머니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할까.
-기형도의 시 [바람의 집-겨울 판화1] 전문


기형도 시인의 시와 같이 겨울의 서정은 내 속에서 울리는 울음소리 같은 것을 듣게 되는 것이리라. 이 겨울을 그리워하기 위해 더 큰 소리로 우는 것이리라.
이 겨울에는 이처럼 빛나는 보석을 하나 캐낼 수 있었으면 한다.


●시인·하양여중 교사


 


<755호 : 2007년 12월 17일 월요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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