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도시 경산의 대표적인 브랜드인 경산과학고가 시민들의 품에 그대로 남아 있게 됐다.
경북도의회 교육환경위원회(위원장 장대진·안동)는 지난 4일 제219회 정례회 제3차 회의에서 경북도교육청이 제출한 도립학교 설치조례 일부개정안에 대해 심의를 벌여 ‘경산과학고를 새한과학고로 교명을 변경한다’는 부분에서 새한과학고를 삭제한 수정의결안을 다시 제출,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교명변경을 최종 무산시켰다.
교육환경위는 이날 사전에 경산과학고 교명변경이 경산시민들의 의견수렴 절차 없이 학교와 일부 기관장의 독단에 의해 추진됐다는 지역여론을 충분히 감안한 듯 절차상 하자와 교명변경 과정에서 도교육청의 무사안일을 질타했다. 도교육청도 이 같은 도의회의 분위기를 감지한 듯 도의회의 결정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교육환경위는 당초 지난 3일 경산과학고 교명변경 관련 조례를 심의할 예정이었으나 의사일정으로 하루 늦춰 이날 7번째 의안으로 상정했다.
먼저 김만용(의성) 의원은 예병윤 기획관리국장의 제안 설명이 끝나자 예 국장에게 삼성이 성공한 기업인지 실패한 기업인지 물어 성공한 기업이라고 생각한다는 답변을 이끌어내고 나서 그러면 새한은 성공한 기업인지 실패한 기업인지 물어 예 국장으로부터 새한은 인지도가 낮아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이에 김 의원은 경산시의회가 채택한 경산과학고 교명반대 결의안을 봤느냐고 질문, 못 봤다고 하자 「교명은 발전적인 이미지를 가져야지 실패한 기업 이미지로는 적절치 않다」며 예 국장의 견해를 물었다. 이에 예 국장은 「학교 측으로부터 새한이 새로운 미래 한국 창조의 뜻이 있고, 학생 학부모 등이 동의해서 별다른 하자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결론적으로 깊게 생각하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예 국장은 처음부터 새한과학고로 하지 않고 개교한 지 1년도 안 돼 변경하자는 이유가 뭔지 따지자 「지난 2006년 4월 11일 교명변경선정협의회에서 경북새한고, 영남과학고, 경산과학고 등 8개 교명을 놓고 회의를 거쳐 경산과학고가 교육도시 경산의 이미지에 부합되고 경산시 도시 규모를 감안, 문제없다고 생각해 경산과학고로 결정했다」고 답변했다.
박순열(청도) 의원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1차 설문조사에서 영남과학고가 과반수 이상 나왔는데 느닷없이 새한과학고가 나온 것은 중간에 누군가가 개입됐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모 일간지 기사를 내보이며 경산과학고 교장이 도의회에서 부결돼도 다시 다른 이름으로 변경하겠다고 했는데 도교육청의 생각은 어떠냐고 묻자 김 철 부교육감은 「그게 사실이라면 교장 개인의 생각일 것」이라며 「도의회의 의결을 뒤집을 수는 없으며 현 시점에서 교명변경은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장대진(안동) 위원장은 「교장이 도의회에서 부결돼도 교명변경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한 것은 도의회를 무시하는 처사며 도교육청의 위계질서가 무너진 것」이라며 (교장에 대한) 지도조치가 따라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문했다.
이에 부교육감은 「도의회 의결로 변경의 여지가 없어졌다」며 「교장의 언행이 적절치 못했고 도교육청의 지도가 철저하지 못했다」며 거듭 도의회의 의견을 수용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박순열 의원은 「경산시민들은 경산과학고가 시민들의 학교라고 생각한다」며 「시민들의 반대의사에도 불구하고 교명변경을 추진한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고 사전에 주민의견을 수렴했어야 했다고 질타했다. 백천봉(구미) 의원은 「도립학교 교명변경 시 그 지역 출신의원이 이해가 안되면 통과가 어렵다」며 「시민단체, 시의회의 동의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송필각(칠곡) 의원은 「경북을 영어로 어떻게 쓰느냐」고 묻고 「그러면 새한은 영어로 어떻게 쓰느냐」고 물어 「교명은 고유명사로 쓰고 따로 해석을 하지 않는다」는 교육정책국장의 답변을 얻어냈다. 이에 송 의원은 「교육기관이 교명을 고유명사로 쓴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새한이 뉴코리아라는 학교 측의 변명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도의회를 기만하는 것이 아니냐」며 호통을 쳤다.
이영우 교육정책국장은 「통상 교명변경 시 주민여론을 수렴한다」며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절차상 잘못됐다」고 시인했다.
전찬걸(울진) 의원도 「죽변종합고의 경우 죽변고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먼저 지역주민의 여론을 수렴하고 학교운영위를 통과해 문제가 없었다」며 「경산과학고의 경우 그런 절차가 없었다」고 따지는 등 교육환경위 소속 전 의원이 새한과학고로의 교명변경 부당성을 지적했다.
한편 이날 경산과학고 교명변경안이 상정된 교육환경위 3차 회의에는 이상규 경산시농민회장과 장명수 경산시민모임 전 대표 등 교명변경반대 대책위원과 이우경 도의회 행정보건복지위원장이 직접 방청석에 나와 심의과정을 지켜봤다.
상임위를 참관한 이상규 회장은 「도의원들이 예상과는 달리 심의과정에서 상당히 심도 있게 질의를 벌인 것 같았고 무엇보다 경산과학고의 새한과학고로의 교명변경이 좌절됨으로써 향후 제3의 교명으로 변경하는 것도 사실상 어려워져 전화위복이 됐다」며 「이 과정에서 이우경 위원장이 큰 역할을 한 것 같다」고 방청소감을 밝혔다.
장명수 대책위원도 「이번 도의회의 수정의결로 시민의 뜻에 반해 교명변경에 동의했던 최병국 시장이 또 한번 정치적인 타격을 받게 됐다」며 「이번 경산과학고 교명변경 무산은 사필귀정」이라고 말했다.
<754호 : 2007년 12월 10일 월요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