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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지구환경 백재호

지구의 호소가 들리는가?

경산신문 기자 입력 2026.08.27 15:17 수정 2026.08.27 15:17

 
↑↑ 백재호
전 녹색당 경북도당위원장
전 대구환경연합 운영위원장
“우리는 지구를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우리의 아이들에게서 빌린 것이다.”
-북미 원주민의 격언

절기의 시계가 멈추고 있는데, 우리는 우주로 가고 있다.
옛사람들은 자연의 변화를 살피며 24절기를 만들었다.

경칩이 오면 겨울잠을 자던 생명이 깨어났고, 처서가 지나면 더위가 물러났다. 동지가 지나면 다시 봄을 향해 낮이 길어질 것이라는 자연의 질서를 믿었다.

그러나 지금 그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경칩이 오기도 전에 생명이 깨어나고, 처서가 되어도 폭염이 이어진다. 계절은 점점 짧아지고, 폭염과 집중호우는 더욱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계절의 시계가 조금씩 어긋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날씨가 더워진 문제가 아니다.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바다의 열도 증가하고, 엘니뇨와 같은 대규모 해양·대기 현상이 나타난다.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지구의 에너지 순환과 대기 흐름에도 변화가 생긴다. 제트기류와 대기순환의 변화는 다시 특정 지역의 폭염과 한파, 집중호우 등에 영향을 미친다.

유럽이 기록적인 폭염과 산불, 해양 고수온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이미 폭염과 열대야, 집중호우의 증가를 경험하고 있다.
지구는 하나의 거대한 생명 시스템이다. 한 곳의 변화가 다른 곳의 변화를 일으키고, 그 변화가 다시 우리 삶으로 돌아온다. 우리가 지금 경험하는 기후위기는 바로 그 연결된 지구 시스템이 보내는 경고인지 모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인류는 지금 우주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달과 화성에 도시를 만들고 새로운 행성을 찾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물론 우주를 향한 도전은 인류의 지식과 기술을 발전시키는 위대한 일이다. 그러나 한 가지 질문은 피할 수 없다. 지구의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한 인류가 우주로 향하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의 바다가 뜨거워지고, 빙하가 녹고, 숲이 사라지고 있는데 또 다른 행성을 찾아 떠나는 것이 과연 인류의 미래를 보장해 줄 수 있을까. 어쩌면 지금 인류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행성을 찾는 일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다시 이해하고 지키는 일인지 모른다.

24절기는 단순한 달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이 자연과 맺어온 오랜 약속이었다. 경칩은 생명이 깨어나는 때였고, 처서는 더위가 물러나는 때였다. 그 약속이 더 이상 지켜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단순히 계절 하나를 잃는 것이 아니다. 지구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생명의 리듬을 잃는 것이다.

우주로 가는 것은 인류의 미래를 향한 도전이다. 그러나 지구를 지키는 것은 그 미래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다. 지구인의 전 지구적 성찰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먼 별을 향해 나아간다 해도 인류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새로운 행성을 찾기 전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행성부터 지켜야 한다. 어쩌면 지금 인류에게 가장 시급한 우주개발은 우주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구를 다시 살 만한 별로 만드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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