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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현수 (사)누구나햇빛발전 대표 대구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 |
7월 초 현재 유럽대륙에서 발생한 폭염으로 최소 4,700명이 초과 사망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유럽 전역을 뒤흔들고 있는 이례적인 폭염은 단순한 계절적 더위를 넘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 재난의 서막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에서 연일 최고 기온 기록이 경신되고 있으며, 열사병과 온열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비보가 끊이지 않는다. 한때 온화하고 살기 좋은 기후를 자랑하던 유럽이 이토록 무력하게 무너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과 유럽 특유의 사회·구조적 환경이 결합하여 나타난 비극적 결과로 보인다.
유럽 폭염 사망자 속출의 첫 번째 원인은 대기 정체 현상, 즉 ‘블로킹 고기압’입니다.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뜨거운 고기압 덩어리가 특정 지역에 오랫동안 머물며 지표면을 지속적으로 가열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건축 구조적 한계도 있다. 그동안 유럽 건축물은 역사적 가치를 지닌 오래된 석조건물이거나, 전통적으로 겨울철 보온에 최적화된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열을 흡수하고 배출하지 못하는 구조적 특성 때문에, 낮 동안 달궈진 건물 내부는 밤이 되어도 식지 않고 거대한 찜질방으로 변하게 된다.
세 번째는 냉방 설비의 부족과 인구 구조의 취약성 때문이다. 과거 유럽의 여름은 에어컨 없이도 견딜 만했기에, 일반 가정의 에어컨 보급률은 현저히 낮다. 이러한 상황에서 급격한 고령화로 폭염에 취약한 노인 인구 비중이 높은 유럽 사회는 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층이 냉방 장치가 없는 실내에 고립되면서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이유다.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서 유럽의 주요 시정부들이 시민들에게 ‘에어컨 사용 자제’를 요청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섭씨 4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 에어컨을 끄라는 권고는 얼핏 가혹하게 들린다. 하지만, 여기에는 도시의 생존이 걸린 심각한 구조적 의미와 ‘폭염의 역설’이 담겨 있다. 가장 시급한 이유는 전력망(그리드)의 붕괴를 막기 위함이다. 수많은 가정이 동시에 에어컨을 가동하면 전력 수요가 폭증하여 대규모 정전 사태(블랙아웃)가 발생할 수 있다. 전력망이 마비되면 병원의 의료장비가 멈추고 교통·통신이 마비되는 등 통제 불능의 대재앙이 초래된다.
또 기후위기 입장에서 보면, 에어컨 자제 요청은 기후변화의 악순환을 끊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에어컨은 실내를 시원하게 만드는 대신, 실외기를 통해 도시 공간으로 엄청난 열기를 뿜어낸다. 이는 도시 내부의 기온을 더욱 상승시키는 ‘도시 열섬 현상’을 심화시킨다. 무엇보다 현재 유럽의 전력 생산 구조에서 에어컨 사용을 위해 화석연료 발전소를 추가로 가동해야 한다면, 이는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여 미래의 여름을 더욱 뜨겁게 만드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밖에 없다. 즉, 시정부의 자제 요청은 개별적인 생존 방식이 전체의 파멸을 앞당길 수 있다는 공동체적 경고이다.
유럽의 폭염과 에어컨의 역설은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지구를 더 뜨겁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인간의 생존을 지킬 수 있는 냉방은 불가능한가?’ 이 절박한 질문에 대한 가장 혁신적이고 민주적인 해답이 바로 시민들이 직접 만드는 ‘시민햇빛발전소’이다. 시민햇빛발전소는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자본을 출자해 협동조합을 결성하고, 학교 지붕, 공공기관 주차장, 아파트 옥상 등 유휴부지를 활용해 태양광 발전 시설을 구축하는 참여형 분산 전원 모델이다.
시민햇빛발전소가 갖는 첫 번째 의미는 ‘에너지 프로슈머(Prosumer)’로의 전환이다. 과거 시민들은 대형 발전소가 공급하는 전력을 일방적으로 소비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수동적 존재였다. 그러나 햇빛발전소를 통해 시민들은 청정에너지를 직접 생산하는 주체로 거듭난다.
특히 태양광 발전은 에어컨 사용량이 가장 급증하는 ‘낮 시간대의 뜨거운 햇빛’을 받아 가장 많은 전력을 생산한다.
두 번째는 대기업 중심의 중앙집중형 에너지 체계를 깨뜨리는 ‘에너지 민주주의’의 실현이다. 거대 원전이나 화석연료 발전소는 특정 지역에 환경오염과 위험을 강요하는 불평등을 내포하고 있다. 반면, 시민햇빛발전소는 에너지가 필요한 소비지 인근에서 직접 생산하고 소비하는 분산형 구조를 가진다. 발전 수익 또한 외지 대자본으로 흘러가지 않고 지역 주민과 조합원들에게 배당금이나 지역 사회 환원의 형태로 재투자된다. 에너지가 자본의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인간 존엄과 생존을 지키기 위한 공공재임을 증명하는 과정이다.
결론적으로 유럽의 폭염 잔혹사는 각자도생식의 냉방과 화석연료 의존형 삶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음을 경고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나 개인의 인내만으로는 이 거대한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 이제 우리는 에어컨을 켜면서 죄책감을 느끼는 구조에서 벗어나, 에어컨을 켤 수 있는 깨끗한 에너지를 내 손으로 만드는 대안을 선택해야 한다. 시민햇빛발전소는 기후 불평등에 맞서 시민들이 연대하여 안전망을 구축하는 거대한 사회적 실천이다. 햇빛을 모아 연대의 온기를 나누고,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이 여정이야말로 인류가 기후지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확실한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