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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일의 경산사람

‘한결’같은 서영민씨의 진심

최승호 기자 입력 2026.05.08 08:41 수정 2026.05.08 08:41

 
3년 전 클래식 음악감상 동호회가 경산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몇 명이 시작한 모임은 매주 토요일 시민들 곁에 자리잡았다. 음악을 사랑하지만 공간적 시간적 제약 때문에 쉽게 즐길 수 없는 시민들에게 음악감상의 기회를 매주 제공하는 ‘음감’은 일종의 봉사활동이다. 클래식과 째즈는 물론 격조 높은 대중음악까지 장르를 고집하지 않고 시민들의 문화예술활동을 지원하는 ‘음감’은 문화불모지 경산의 문화예술 지평을 넓히고 있다.

 혼자서 즐기는 문화예술이 아니라 함께 즐기는 문화예술은 도시의 품격을 드높인다.
‘음감’의 한 축으로 활동하는 서영민 ‘한결’ 대표의 직업은 음악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건축물 해체공사업이다. 복잡다단한 일들로 이루어진 실내인테리어로 시작했다가 단순명쾌한 철거업으로 전향했다. 수많은 공정으로 이루어진 실내인테리어보다는 한 가지 공정으로 끝나는 철거업은 서 대표의 내면을 잘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
 
아픔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마는 그에게도 결코 잊을 수 없는 과거가 있었다. 그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그것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단순해져야만 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음악과 커피를 불안한 현대인인 이웃들에게 나눔으로써 그들에게 평안을 주고 싶었다. 그것이 과거의 잘못을 속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서 대표의 본적은 삼남동 66번지.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춘천에서 태어났으나 유아기 때 고향인 서상동으로 돌아왔다. 전역을 하고 교편을 잡았던 아버지의 전축을 통해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했다. “듣다 보면 시기가 있는데 고교 시절에 째즈를 접했습니다. 1세대 여자 보컬리스트였던 박성연의 ‘하도리 가는 길’을 들으며 째즈에 매료됐지예.”

그리고 음악에서 커피와 수제맥주로 관심사는 옮겨갔다. “손윤학님을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음감도 같이 하게 됐지예.”

10년 전쯤 백천동의 빌라 건물 한 켠을 얻어서 아지트를 만들었다. 그동안 모은 LP 5000장이 경로당으로 쓰이던 건물의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서 대표의 예술적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오래된 연극 공연 영화 포스트와 사진, 그림, 가구 등이 ‘예술 덕후’의 공간을 방불케 한다. 최근에는 ‘백천선율’이라는 이름도 얻었다.
“오래 전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주변에 큰 죄를 지었습니다. 이후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았지만 늘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떻게 하더라도 그 아픈 마음들이 풀리지 않을 것입니다. 죽을 때까지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인터뷰를 제안했을 때 서영민 대표는 응하지 않았다. 도저히 얼굴을 내밀 수 없다고 했다.
한참을 망설이던 서 대표가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강한 이미지 뒤에 숨기고 있는 내면의 아픔은 속죄의 마음 그것이었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과거의 아픔이 현재의 그를 단단하게, 그리고 아무렇게나 살 수 없도록 하는 것 같았다. 바르게 사는 것이, 나누며 사는 것이 희생에 보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백천선율’과 ‘음감’을 통해 일상에 지친 이웃들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서영민 대표는 살아있는 동안 건강하게, 더 오래 이 일을 하기 위해 천식에도 불구하고 피우던 줄담배를 끊었다. 4년 전부터는 인라인스케이트에 입문, 지난해 시장기 성인부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굴곡이 있는 삶이지만 음악을 통해 세상에 진 빚을 갚고 싶습니다. 잊지 않고 살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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