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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재호 전 녹색당 경북도당위원장 전 대구환경연합 운영위원장 |
폐선(廢船)을 자원 회수선으로 바꾸는 국제 공조 모델이 필요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바다는 폐비닐과 폐플라스틱으로 서서히 질식하고 있다. 해양 생태계 파괴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근접했고, 미세플라스틱은 인간의 혈관과 장기에서까지 검출되고 있다. 이 문제는 더 이상 환경단체의 캠페인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국가 간 공조와 산업적 해법이 동시에 작동해야 하는 전지구적 과제다.
해결의 출발점은 의외로 바다에 이미 존재한다.
매년 수많은 폐유조선, 퇴역 군함, 노후 어선이 해체를 기다리며 방치되고 있다. 이 선박들을 단순히 고철로 분해하는 대신 해양 폐기물 수거 전용 선박(해상 수거함)으로 개조하는 것이다.
이 선박들은 특정 항로를 순찰하며 해류에 떠밀려 모이는 폐비닐·폐플라스틱을 대량 수거한다. 인공위성·드론·AI 해류 예측을 결합하면 수거 효율은 비약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청소’가 아니라 해양 자원 회수 시스템에 가깝다.
그러나 수거만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핵심은 운영 비용을 어떻게 자체 조달하느냐다.
여기서 제안되는 것이 ‘해양 회복 기념 제품’ 모델이다.
수거된 폐플라스틱을 가까운 연안 국가로 운송해, 가방·신발·의류·산업용 소재를 생산하는 합성 재가공 공장에서 제품으로 재탄생시킨다. 이 제품들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다.
예를들면 ‘태평양 ○○해역에서 수거된 플라스틱으로 제작’
‘이 제품 하나가 바다에서 제거한 당신의 폐기물 몇kg 입니다’이라는 스토리를 가진 기념 제품으로 출시한다.
이는 환경 보호를 ‘기부’가 아닌 구매와 참여의 형태로 전환시킨다. 소비자는 선의를 강요받지 않고, 기업은 ESG를 선언이 아닌 실물 성과로 증명하며, 프로젝트는 판매 수익으로 선박 운영비와 추가 개조 비용을 충당한다.
이 모든 구조의 중심에는 국제 공동 펀드가 있다.
유엔 산하 환경기구, 국제해사기구, 다자개발은행, 연기금, ESG 자본,개인이 참여하는 펀드를 조성해 초기 개조 비용과 인프라를 마련한다. 각 국가는 자국 퇴역 선박을 출자 형태로 제공하고, 연안 국가는 가공 공장과 고용을 맡는다.
이 모델의 장점은 분명하다.
첫째, 폐기 비용을 회수 자산으로 전환한다.
둘째, 해양 환경 문제를 국가 간 책임 공방이 아닌 공동 산업 프로젝트로 재정의한다.
셋째, 개발도상국에는 일자리와 기술 이전을 제공한다.
넷째, 환경 보호를 일회성 캠페인이 아닌 지속 가능한 순환 구조로 만든다.
물론 쉽지 않다. 국제법, 해양 주권, 폐기물 분류 기준, 수익 배분 문제 등 복잡한 쟁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지금의 방식인 회의, 선언, 목표 연도등으로는 바다에 떠 있는 플라스틱 한 조각도 줄이지 못한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바다는 국경을 묻지 않는다.
그렇다면 해결책도 국경을 넘어야 한다.
폐선을 수거선으로, 쓰레기를 자원으로, 환경 보호를 산업으로 바꾸는 것.
한반도 면적 수십배 달하는 바다의 폐기물 처리, 이제는 ‘가능한가’를 묻기보다, 우리는 왜 아직 시작하지 않았는가를 물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