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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정훈 경산마을학교 기획의원 |
대구경북 통합이 사실상 무산되었다. 시도민의 뜻과 별로 관계없이 거대 양당이 주도하던 시도 통합은 주도한 세력의 사적 이익을 위해 시작했다가 사적 이익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무산되었다. 자멸했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상황이다.
시도통합은 심각한 지방 소멸 위기와 수도권 집중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라고 주도한 세력은 주장했으며 규모의 경제를 통한 지역 경쟁력 확보, 연방제 수준의 자치권 강화하는 방안이라 강조했다. 과연 그럴까?
시도통합은 지방소멸 위기와 수도권 집중 현상 극복 방안이 될 수 있는가?
대책 없이 대구경북을 통합한다면 중심지는 대구가 될 것이고 인구는 경북에서 중심지인 대구로 이동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대구경북 통합 이전에도 교육, 의료 등 생활 조건 때문에 대구로 이동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았지만 행정구역이 달라 제약이 있으므로 이동이 자유롭지 못했다. 통합하게 되면 제약이 사라져 대구 인근의 인구, 경제, 문화 등이 대구로 급속히 빨려 들어가는 빨대 효과가 나타난다.
대구 인근 중소도시의 인구 감소로 지방 소멸의 속도를 더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빨대효과를 막는 방법은 교육, 의료 등 지역의 생활 조건을 높이고 지역만의 특색 있는 삶의 문화를 만들어서 떠나지 않게 하며, 해당 지역의 특색 있는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드는 것뿐이다.
지역의 특색 있는 삶의 문화는 시도통합으로 탄생한 광역지방정부의 한 방향 정책에서 나올 수 없다. 시군과 읍면동에 사는 마을주민이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삶의 조건을 결정하고 실천할 권한을 가질 때라야 지역의 특색 있는 삶의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
통합 광역지방정부의 자치권 강화가 아니라 시군과 읍면동의 주민자치가 강화될 때 빨대 효과를 막고 지역소멸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행정통합이라는 변수를 만들어 지역발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갈 필요가 있음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시군과 읍면동의 강력한 주민자치를 전제하지 않으면 통합할 이유가 없다.
계류 중인 대구경북 통합법안에는 주민자치에 대한 내용을 찾아볼 수가 없다. 최저임금법 및 근로기준법 일부 적용 예외, 특권교육 확대, 의료공공성 훼손 등 시민 삶의 질을 낮추어 특정 계층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내용은 있으면서 주민에게 스스로의 삶에 대한 결정권을 부여하는 주민자치는 없었다.
반면에, 무산되기는 했지만 충남대전 특별법에는 제47조(마을자치 활성화를 위한 조직 설치 특례), 제48조(주민자치 조직의 전문성 강화 및 사무국 설치) 등이 있다. 마을자치,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한 행·재정적 지원을 명시한 조문이다.
지역 공동체 회복과 풀뿌리 자치 강화를 위하여 행정리(里) 및 통(統) 단위를 기반으로 하는 마을자치회를 설치하거나 운영을 지원할 수 있게 하고, 마을자치회가 마을 발전 계획을 수립해 시ㆍ군ㆍ구에 제안할 수 있게 했다.
또, 마을자치회의 원활한 활동을 위하여 필요한 행재정적 지원의 근거를 제시하고 주민자치회의 효율적인 업무 수행과 전문성 향상을 위하여 주민자치회 내에 사무국 또는 전담 사무 인력을 둘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하기에 거대 양당 일부 세력이 주도한 대구경북법안이 통과되지 않은 것을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한다.
대구경북통합이라는 변수를 만들어 지역발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기존의 법안은 전부 폐기하고 새로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대구경북통합시의 자치권 강화와 특정 계층의 이익만을 담은 법안이 아니라 대다수 시민의 이익을 담고, 마을자치가 살아 있어 대구로의 인구 집중을 막으면서 진정으로 지역소멸에 대응하는 법안을 합의해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