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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현수 (사)누구나햇빛발전 대표 대구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 |
1. 기후위기, 일상이 된 경고와 체제의 한계인류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기후 비상사태의 입구에 서 있다. 유례없는 폭염과 종잡을 수 없는 폭우, 무너지는 생태계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경고가 아닌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 현실이다. 이러한 위기의 뿌리에는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가 의존해 온 화석연료 중심의 ‘중앙집중형 에너지 체계’가 자리 잡고 있다.
거대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도심으로 보내는 방식은 막대한 탄소를 내뿜을 뿐만 아니라,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지역 간 갈등을 낳고 이동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낭비하게 했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전기를 어떻게 아낄까’를 넘어, ‘누가, 어디서, 어떻게 전기를 만들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답해야 한다.
2. 우리가 주인 되는 에너지 민주주의: 시민햇빛발전소
이 물음에 대한 구체적인 대답 중 하나가 바로 **‘시민햇빛발전소’**다. 시민들이 협동조합을 결성하고 십시일반 자금을 출자해 공공부지 옥상이나 마을 유휴 부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모델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변화를 넘어 에너지 주권을 시민의 손으로 되찾아오는 ‘에너지 민주주의’의 실현이다.
그동안 우리는 전기를 일방적으로 공급받는 수동적 소비자에 머물러 왔다. 하지만 발전소 건립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스스로 전기를 생산하고 관리하는 **‘프로슈머(Prosumer)’**로 거듭나게 된다. 내가 낸 출자금이 우리 도시의 건물 위에서 햇빛 전기로 변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경험은 막연한 기후 불안감을 이겨낼 강력한 ‘효능감’을 준다.
3. K-GX와 에너지 ‘지산지소(地産地消)’의 가치
대한민국은 현재 국가적 차원의 녹색대전환 전략인 **K-GX(Korea Green Transformation)**를 추진하고 있다. 이 전략의 핵심 중 하나가 바로 에너지 **‘지산지소’**다.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그 지역에서 직접 소비한다”는 이 원칙은 로컬푸드 운동의 가치와 닮아 있다. 식량과 에너지는 지역 자립자족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시민햇빛발전소는 이 모델을 가장 이상적으로 구현한다. 도심의 건물과 주차장을 활용하기에 산림을 훼손하지 않으며, 전력이 이동하는 거리를 단축해 에너지 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인다.
4. 분산에너지와 지역별 차등 요금제의 시너지
최근 논의되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는 이러한 시민발전소의 사회적 가치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다. 그간 전국 단일 요금제는 발전소 인근 주민들이 감내해 온 환경적·사회적 비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차등 요금제가 시행되어 전력 자립도가 높은 지역에 저렴한 요금이 적용된다면, 시민햇빛발전소와 같은 분산형 전원이 밀집된 곳에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 이는 지자체와 시민들의 참여 유인을 높일 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많이 쓰는 기업들이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으로 이전하게 함으로써 국토 균형 발전과 에너지 자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5. 이익의 공유, 지역 사회의 따뜻한 선순환
시민햇빛발전소가 주는 효능감은 지역순환경제의 대표 모델이 될 것이다. 거대 자본 주도의 사업 수익은 지역 밖으로 유출되기 마련이지만, 시민협동조합의 수익은 조합원 배당이나 지역 사회 공익사업으로 환원된다.
6. 기후 위기를 건너는 연대의 빛
기후위기는 개인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하지만 시민햇빛발전소라는 ‘연대’와 ‘협동’ 안에서 각자의 작은 빛을 모은다면 거대한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
K-GX라는 국가적 흐름 속에서 지산지소의 원칙을 세우고 시민이 주체가 되어 나갈 때, 탄소중립은 비로소 현실 가능한 목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