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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일의 경산사람

‘꿈꾸는 70대 소년’ 音鑑 손윤학 대표

최승호 기자 입력 2026.01.14 15:28 수정 2026.01.23 15:30

 
“경산의 음악 애호가들과 클래식과 째즈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으며 지역 문화예술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지난해 연말이 며칠 남지 않은 주말 저녁, 음악동호인들 초청으로 지하철 임당역 옆 루마선팅 2층을 방문했다. 플로티스트 하지훈이 진행하는 140번째 음악감상회(音鑑會)가 열리는 날이었다. 플로리스트 하지훈의 오카리나 연주를 시작으로 소프라노 최은혜의 크리스마스 송, 벨리댄서 김윤선의 ‘윙’, 다시 하지훈의 플루트 연주, 소프라노 최은혜의 케데헌 ‘골든’이 쉴새 없이 휘몰아쳤다. 중간중간에 생소한 악기 체험을 곁들인 이날의 음악회는 문화예술의 불모지 경산에서는 처음으로 맛보는 살롱문화 그 자체였다. 이날의 음악감상회를 한마디로 줄이라면 시립교향악단과 시립합창단, 시립극단의 3가지 정기공연을 하루에, 한 곳에서 관람한 느낌이랄까. 이런 수준 높은 공연을 시민들이 언제든 가까이서 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3년 전 우연히 시작한 ‘음감’을 140번째 이끌고 있는 손윤학(70세, 사진) 대표를 새해 첫 경산사람으로 만났다.
 
손 대표는 경산사람이라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만생당 약국의 둘째다. 경산초를 졸업하고 대구로 나가 계성고와 영남대 국사학과를 졸업했다. “제가 태어난 곳은 지금의 혜광사 입구입니다. 약국이 처음 문을 연 곳입니다. 이후 동아약국 자리로 옮겼다가 다시 공설시장으로 옮겼죠.”

70년 중반 서슬퍼른 시절 대학을 다닌 손 대표가 기억하는 동문은 장세용 전 구미시장과 천호준 전 전농도연맹 의장이다. 최전방 군복무 후 지금의 정평역 부근 농장에서 젖소사육을 시작했다. 3두에서 시작해 5년 만에 100두로 늘렸다. 잘나가던 축산업에 우유 파동이 터졌다. “당시 용성에서 젖소농장을 하던 가톨릭농민회원들이 집회를 열자고 했습니다. 천 의장의 지원을 받아 비밀리에 준비, 영빈예식장에서 경산군청까지 트랙트와 경운기를 몰고 가두시위를 벌였죠. 첩보를 인지하지 못한 정보형사들 사이에 난리가 났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농장을 매각하고 자동차 대리점을 시작했다. 후배와 의욕적으로 시작한 대리점은 IMF로 기아자동차가 부도 나면서 실패로 돌아가게 됐다.
 
“30·40대에 왕성하게 경제활동을 하다가 50대 들어서자마자 뜻하지 않은 실패로 실의에 빠졌죠. 어찌보면 이 기간이 제 인생의 질적 성장기라 할 수 있죠. 태어나서 한 번도 궁하게 살아보지 않았던 부잣집 도련님이 진짜 인생의 묘미를 아는 평범한 서민으로 살아가게 되는 터닝포인트가 됐죠.”

젊은 시절부터 전통차와 중국 보이차 애호가였던 손 대표는 방황하면서 커피를 알게 되고 커피에 몰두하게 됐다. 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손 대표는 비싼 차 대신 생두를 사서 직접 로스팅해서 마시기 시작했다. “인터넷으로 로스팅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수망으로 시작해서 통돌이로 진화했죠. 몇백원이면 최고급 커피를 마실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차에서 커피로 전환하면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대한 두려움도 없어졌다. 60대 들어서 수제맥주를 얻어마신 후 전율을 느끼고 이번에는 수제맥주에 도전했다. 바로 대경대 평생교육원에 등록해 양조공부를 시작한 손 대표는 얼마 안 가 실력을 인정받아 직업전문학교 강사로 마스터의 길을 걷고 있다.
 
손 대표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3년 전 음악애호가 몇 명이 ‘공예중심 서상카페’에 고성능 앰프와 스피커를 설치해 음악감상을 시작했다. 서상카페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면서 훨씬 넓은 지금의 임당역 근처로 옮겼다. 진공관 앰프에 극장용 대형 알텍 스피커를 물려 작은 콘서트홀을 만들었다.
 
“다들 음악을 좋아하지만 아파트에 살다보니 숨어서 조마조마하며 듣잖아요, 그래서 음감을 시작했죠. 자기가 듣고 싶은 음반을 가져와서 듣기도 하고 가끔은 연주자를 초청해서 라이브를 즐기기도 합니다.”

음감은 회원제로 운영되지 않는다. 1회당 5000원을 내면 음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밴드에 100명 정도 가입해 있다. 보통 매주 토요일 저녁 7시부터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된다.

“경산이 경북도에서 3대 도시입니다. 문화예술도 경제 수준에 걸맞게 높아져야 합니다. 음감이 경산의 문화예술 수준을 높이는 첨병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클래식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이라면 누구나 매주 토요일 저녁 7시 임당역 부근 음감으로 오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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