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관계자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경산은 문화에 관심이 없나봅니다’였다. 최근에 퇴직한 지인도 문화예술 관련한 예산청구가 거의 없었다고 했다.
가까운 지인은 경산에서 살다가 수성구로 이사했는데 이사한 이유가 경산이 너무 문화수준이 뒤떨어져서라는 말을 들었다.
경산은 자타가 공인하는 문화불모지다. 제대로된 공연장이나 갤러리, 예술촌이 없다는 것이 곧 문화불모지라는 말은 아니다. 문화를 사랑하는 시민들이 많다면 굳이 이런 시설이 부족하더라도 문화도시로 불릴 수 있다.
지난주 문화공연 홍보차 신문사에 들른 분은 공연장을 구할 수 없다고 푸념했다. 남천둔치 야외공연장은 말할 것도 없고, 시민운동장 옆 물소리공연장, 시민회관 옆 작은 야외공연장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삼상현역사문화공원에서도 민원 때문에 공연장소 잡기가 쉽지 않다고 울상을 지었다.
공연을 시작하기도 전에 시청에 민원전화가 빗발쳐서 행사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한다는 것이다. 중산지 공연장은 행사 1시간 전에야 전기를 공급해주고, 일몰 전에 공연을 마치라고 한단다. 남매지 야외공연장도 인근 대학이나 고교 시험기간에는 공연을 허가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수준 높은 공연예술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이 문화예술인의 푸념을 들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공연이 잡히면 미리 읍면동에서 해당지역 주민들에게 공연사실을 알리고, 미처 연락을 받지 못한 민원인들이 전화를 하면 바로 공연관계자에게 전화해서 공연을 중단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사전에 공연내용을 숙지하고 이런저런 공연이 진행되는데 시끄럽더라도 잠시만 참아달라고 부탁을 하면 어떨까? 문화도시경산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인들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향유하는 시민들도 함께 문화를 키워주어야 한다.
경산시는 수준높은 문화도시 경산을 위해 최근 문화관광재단을 설립해 창립총회를 마쳤다. 그러나 정식으로 출범하기도 전에 대표이사 자격과 선임 절차를 두고 시의회가 잔뜩 벼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추천위원회 구성부터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전문성이 있는 사람으로 대표자를 선임했더라도 절차상 하자가 있다면 당연히 그 선임은 무효가 된다.
출범하기도 전에 시의회가 제동을 건다는 비난도 있지만 시의회로서는 당연히 검증해야할 부분이다. 대표자 선임의 절차가 공정해야, 자격을 논할 수 있다. 당장 내년부터 축제부터 시립합창단과 극단, 관현악단까지 운영을 맡게 되는 문화관광재단이 시작하기도 전에 삐걱거린다면 문화불모지 경산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을 것이다.
또다른 우려는 문화관광재단이 기획사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전문가를 영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무원이 시키는대로만 한다면 곧이 재단이 왜 필요한가 말이다. 자체 행사를 기획하고 그것을 무대에 올릴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전문가가 필요한데 적당히 공무원 눈치만 보면서 행사대행이나 하려고 한다면 왜 그 많은 예산을 들여 재단을 설립하겠는가?
문화관광재단 설립을 계기로 문화불모지 경산이 아니라 문화도시 경산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문화예술인과 함께 문화마인드를 가진 단체장이 필요하고, 문화를 가꿀줄 아는 시민이 필요하다. 문화도시라 이름만 붙여서 문화도시가 된다면 어느 도시가 문화도시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