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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일의 경산사람

“텃밭에서 힐링한다” 박순남 씨

최승호 기자 입력 2024.10.31 12:06 수정 2024.10.31 12:06

 
차요테, 히카마, 레드프릴…. 이름만 듣고는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낯선 식물들이다. 시골집에 딸린 작은 텃밭에서 도대체 몇 종류인지도 모르는 식물들을 재배하고 나눔하고 그러면서 어머니 병간호로 지친 심신을 위로받는 박순남(60세, 사진) 씨를 이 주일의 경산사람으로 만났다.

박씨는 자인면 옥천리에서 5난매 가운데 둘째로 태어났다.
자인에서 중학교까지 나온 후 대구로 유학가서 경북여상을 졸업하고 작은 회사에서 경리 일을 했다. 결혼 후에도 1남1녀를 키우며 대구에서 줄곧 살았다. 용성면 곡신리 용산 아래 자그마한 땅이 있어 주말에는 고향집을 지나쳐 갔지만 다시는 고향에 돌아오지 못할 줄 알았다.
 
“어릴적 집 앞 너른 저수지에 접한 사과밭이 있었어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면서 그 밭을 팔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속상하죠. 연꽃이 만발하면 먼곳에서도 찾아오는 명소인데, 아깝죠.”

그런데 평생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던 고향에 순남씨는 돌아왔다. 지난해부터 뇌출혈로 쓰러진 어머니를 마을입구 둘째 동생집에 모셔다놓고 간호하기 시작했다. 오른쪽이 마비된 어머니는 대소변은 물론 식사까지 챙겨야 했다. “발병초기에 재활병원에 모셨지만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정신 멀쩡한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시기도 그렇고예. 그래서 5남매 가운데 비교적 시간 여유가 있는 제가 모시기로 했지예.”

고향집에 돌아온 순남씨는 어머니 병간호로 지치면 텃밭으로 나갔다. 풀과 씨름하면 잠시라도 머리가 맑아졌다. 어릴적부터 먹는 채소 정도는 직접 재배해서 먹었던터라 어렵진 않았다. 먼저 배추, 무, 고구마, 부추 같은 자주 먹는 채소를 키우다가 점점 종류를 늘려갔다. 종자를 얻어오고 또 나눠주면서 이제는 아열대 작물까지 텃밭에 빽빽하게 자라고 있다.

‘백봉오골계 삐약맘’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일상의 소식을 전하는 순남씨는 온라인상에서는 나름 유명인사다.
“처음에는 오골계를 서른 마리 정도 키웠어요. 그런데 어머니 병간호에 집중하기 위해 두 마리만 남기고 이웃에 지인들에게 다 나눠줬습니다. 싱싱한 방사유정란을 하루에 한 개 정도 낳는데 어머니의 단백질 공급원이죠.”

순남씨의 텃밭이 궁금해졌다. 오골계가 들어가지 않게 쳐놓은 망을 헤치고 들어가자 한 평에 한 가지씩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마늘만 러시아마늘 홍삼마늘, 코끼리 마늘, 뒤안마늘이 있고, 고추는 튤립고추, 오이고추, 청양고추, 미인고추가 보인다. 희귀종이라는 흰고구마, 서양와사비, 줄콩, 자색삼동파, 호랑이콩, 두메부추, 달래파도 잘 자라고 있다.
 
남미가 원산지인 차요테와 히카마, 양식에 잘 어울리는 아스파라거스, 바질, 루꼴라도 보인다.
채소도 채소지만 마당에는 킹스베리, 블루베리, 레인보우 유칼리투스, 겹나팔꽃, 여주, 수세미가 빽빽이 자라고 있다. 채소도 꽃나무도 정리는 안돼 있지만 다들 건강해 보였다.
 
“재활병원에서도 차도가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어머니가 뒤뚱거리긴 하시지만 조금씩 걸음을 옮기고 있어요, 아마도 텃밭에서 자라는 건강한 먹거리를 드신 덕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을 햇볕이 잘 드는 고향집 앞 저수지와 그 너머로 펼쳐지는 용산과 대왕산, 더 멀리 억산 운문산이 줄지어 서 있는 풍광 속에서 순남 씨의 힐링 텃밭이 더없이 풍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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