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인 문제로 떠오른 전세사기가 경산을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전세사기특별법에 원룸이 제외되면서 대학가가 밀집한 경산지역이 폭풍전야다.
지난 7일 경산경찰서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경산대책위 발족식 및 집단고소장 접수 소식에 tbc kbs 매일신문 뉴스민 등 지역언론사들이 모처럼 취재 경쟁을 벌이면서 지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지금까지 대책위가 파악한 경산지역 전세사기 피해자는 50여명, 8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이 숫자는 빙산의 일각일 수밖에 없다.
전국최대의 대학이 몰려 있는 경산지역의 대학가 원룸은 1만 5000여 세대. 대부분이 주인이 직접 관리하는 원룸이라기보다는 업자가 관리하는 원룸이 많아서 피해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날 발족식에서 대책위는 정부 여당이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전세사기 특별법은 지난해 5월 제정되고 반년이 훌쩍 지났다고 한다. 정부와 국회는 특별법과 관련한 지원대책을 시행한 후 문제점을 점검해 6개월마다 보완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 전세사기특별법은 실효성이 없는 반쪼가리 특별법임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실질적인 대책과 지원은커녕 피해 사실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아 피해자 인정도 받기 힘든 상황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책위는 ‘선 구제, 후 회수’를 포함한 개정안이 상정되었지만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의 반대로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고 한다. 이달 말이면 기한이 다 채워져 다시 국토부로 넘어올 상황이라며 다양한 대안이 마련되고 제시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법사위는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대책위는 현재 급선무는 피해자의 일상생활로의 복귀라며 지금이라도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산시도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이미 50여 명, 80억 원의 피해액이 파악되고 있는데 이날 발족식에는 경산시 관계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시민중심 행복경산’을 캐치프래이즈로 경산이 ‘내 삶의 우주’라고 홍보하는 경산시가 이들 지역 피해자들을 더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 특히 대학가 원룸을 중심으로 행정기관이 먼저 나서서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이들의 지원에 행정력을 동원해야 한다.
대학이 경산의 경쟁력이라고 떠들지 말고 진정 지역대학생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이것이 지자체가 할 일이다.
연초에 경산시는 2024년도 시정운영 방향을 공유하고 지역과 대학의 상생발전 방안 모색을 위해 경산지역 대학교를 대상으로 순회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간담회 첫날, 조현일 시장은 경일대와 호산대 총장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덕담을 나누며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을 위해 적극적인 협조와 소통을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 조 시장은 “지역과 대학이 살길은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 공동운명체라는 인식 아래 서로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이 선언한 것처럼 지역과 대학이 살길은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을 갖는 데서 출발한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삶을 포기할 정도로 절규하는 구성원들이 있다면 이들부터 먼저 살려야 한다.
‘선 구제 후, 회수’ 원칙에 따라 피해 사실을 제대로 조사하고 이들의 눈물을 닦아줄 때 비로소 지역과 대학은 공동운명체가 될 수 있다. 정부 여당 뿐만아니라 경산시, 경찰도 이들의 절규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 이것이 지역이 살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