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가 올해는 종식될 것이라는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본지가 뽑은 올해 10대 뉴스에서 볼 수 있듯이 2022년 경산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민선8기 10대 조현일 시장이 ‘꽃피다 시민중심 행복경산’ 슬로건 아래 힘차게 출발했다. 조 시장은 국정 초반 안정 기조를 기대하는 유권자들의 선택으로 무소속 돌풍을 잠재우고 경산호의 키를 잡았다. 그러나 집행부와 수레의 양바퀴에 비유되는 경산시의회는 진보정당의 몰락과 함께 국민의힘 일당 중심으로 의장단이 구성되면서 8대 의회에서 싹이 텄던 정치 다양성이 사라졌다. 국민의힘이 단독으로 의장단을 구성하면서 여야협치 가능성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그러면서 6.1지방선거에서는 적어도 경산에서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바로 여당인 국민의힘 공천을 신청했던 에비후보들이 경선 없는 단수추천에 반발해 공천권자인 원 윤두현 국회의원 퇴출을 위한 시민협의체 출범에 합의하고 동반 탈당한 후 무소속 시민후보 1명을 선출해 선거운동을 지원했다. 사상초유의 사태에 지역정가는 술렁였지만 무소속 후보의 한계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역정치는 후퇴한 감이 있지만 시민사회는 성숙해졌다. 특히 국가폭력 및 적대세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자들이 손을 잡은 것이다. 한 지역에서 나란히 국가에 의해 억울한 죽임을 당하고도 손을 잡지 못했던 코발트광산유족회와 박사리유족회가 두 사건이 일어난 지 72~3년 만에 평산동 코발트광산 민간인희생자 위령탑에서 합동위령제를 갖고 치유와 화해의 첫 발을 내디딘 것이다.
이러한 화해를 위한 움직임 덕분에 적대세력에 의한 민간인 집단희생사건으로 분류돼 진실규명 및 배보상에 어려움을 겪어온 와촌면 박사리사건 유족들이 2기 진실화해위원회로부터 진실규명 결정을 받아 향후 배보상 길이 열리게 된 것은 지역사회 공동체 회복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엄청난 난관을 극복한 사례로 꼽힌다.
또한 남천면민들이 관내 석산업체를 상대로 생활권 지키기에 나서 잇따라 승리함으로써 채석허가 연장을 통해 무한대로 채석을 이어가려는 석산업체의 무분별한 반환경, 반주민 행위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시민사회의 승리라 할 수 있다.
경산시가 세계 최대 규모의 종합박물관인 미국 스미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과 임당유적 출토 고인골 공동연구 기반을 마련한 것도 경산의 고대 압독국 문화 복원을 통해 정체성을 회복하는 데 좋은 징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산시가 시의회와 지역언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국책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하다가 감사원으로부터 관련 공무원을 징계하라는 감사결과를 받은 것은 공직자의 복지부동 행태를 과감 없이 드러낸 것이라 씁쓸하다.
한 해가 저무는 연말에도 고무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체육인들이 체육독립과 안정을 원하는 후보를 회장으로 선출해 우리 시민사회에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계묘년인 2023년을 3일 앞둔 오늘, 우리는 이러한 시민사회를 자기 입맛에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뒷걸음질 치게 만드려는 소위 지역의 원로들이라는 분들에게 한 마디 해두고자 한다.
이제 그만 조용히 물러나서 젊은 시장과 젊은 체육회장이 맘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시라고 말이다. 그간의 쌓은 경험을 퇴행과 분열이 아니라 진보와 통합을 위해 발휘해 달라고 고언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