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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마을교육 권정훈

마을교육공동체에 있어 재정자립과 주민자치

경산신문 기자 입력 2022.11.17 11:23 수정 2022.11.17 11:23

“이 눈치, 저 눈치 안 보면서 공동체를 만들려면 협동조합을 만들어 재정자립을 하는 게 좋아!!”

 
↑↑ 권정훈 경산마을학교 사무국장.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거나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경험한 분들 중에 이런 말씀을 하는 분들이 있다. 공모사업으로 마을공동체나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하다가 보면 예산 지원을 받기 위해 사전에 사업 계획서를 내고 계획대로 진행했는지 각종 증빙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공모사업 특성상 정해진대로 프로그램대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다들 각자의 일터에서 일하면서 짬을 내서 공동체 활동을 하는데 정해진 날에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못하면 변경 신청서를 작성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른다. 이런 일이 생길라치면 왜 내가 바쁜 시간 쪼개서 이러고 있는지 회의감도 생긴다. 공동체를 다시 만들기 위해 활동을 하는 건지, 공모사업 예산을 받기 위해 활동을 하는 건지 헷갈림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이런 헷갈림은 프로그램 운영하기 전 사업 계획서를 만들 때부터 찾아온다. 구성원들과 논의는 부족한 상태에서 짜인 틀에 맞춰 사업 계획서를 허겁지겁 만들다 보면 무얼 위해 하는 건지 헷갈림이 시작된다.

그러다가 공동체 삶이나 방향보다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논란에 빠져들어 구성원과 맘이라도 맞지 않을 때가 생기면 헷갈림은 더욱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 배우는 사람과 배워주는 사람의 자기주도성은 찾을 수 없게 된다.

급기야 정산서와 증빙 자료를 제출할 때면 돈 몇 푼 주고 뭐 이리 요구하는 게 많은지 화가 난다. 이럴 때 재정자립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재정자립이 되면 이 눈치, 저 눈치 안 보고 편하게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과연 마을교육공동체에 있어 재정자립은 가능한 것일까? 불가능하다고 본다.

교육이라는 것이 이윤이 남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을 하든지 법인을 만들어 운영하든지 예산은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나오므로 재정자립이 아니고, 배우는 사람들에게 돈을 받는다고 해도 이윤이 남는 사업이 아니라 재정자립은 어렵다. 그러므로 공모사업 방식으로 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들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면 재정자립이 아니라 다른 걸 얘기해야 한다.

주민자치이다.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왜 하는지를 생각하다 보면 주민자치를 얘기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마을교육공동체는 교육을 통해 마을 어린이, 청소년, 주민의 배움을 일으키면서, 주민인 어린이, 청소년, 어른 모두 스스로 결정하며 실천하는 자치가 살아 있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하는 것이다.

사실, 마을에서 주민의 배움을 일으키는 일을 하라고 존재하는 것이 정부(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인데, 정부가 주도해서 하기보다 주민 스스로 결정하고 실천할 때 더 행복하고 효과적인 교육을 할 수 있어서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가 할 일을 대신하는 주민에게 교육하는 일도 시키고 예산과 결산 등 행정 업무도 모두 시키는 방식인 공모제 방식은 잘 못 된 것이다.

정부는 대신 일해주는 주민을 위해 주민이 스스로 결정하고 실천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마을의 주민은 공모 예산 받아서 이 눈치 저 눈치 보면서 프로그램 운영 자체에 급급해 마을 어린이, 청소년, 어른에게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 마을 어른, 청소년, 어린이에 필요한 교육 환경은 또 무엇인지 스스로 협의하는 일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정부가 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쓰는 재정은 마을 주민의 재정이므로 눈치 보며 써야 하는 게 아니며 주민은 마을에 필요한 교육과 교육 환경에 대해 정부에 당당히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제대로 하려면 이미 주민의 것인 재정의 자립이 아니라 교육을 위한 주민협의회를 민주적으로 만들고 운영하는 주민자치에 더 힘을 쏟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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