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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 사회 사회일반

코발트-박사리유족회 ‘우리는 형제’ 합동위령제

최승호 기자 입력 2022.11.03 14:25 수정 2022.11.03 14:25

박사리 73년만에 진실규명 결정…코발트 12명 추가 진실규명
“국가의 사과와 올바른 역사 기록, 평화인권교육 실시”권고

↑↑ 왼쪽부터 나정태 코발트 유족회장, 박순득 의장, 윤성해 박사리 회장, 정근식 진화위원장, 박치간 경산회장, 김복영 전국회장, 정원채 국장.

한 지역에서 나란히 국가에 의해 억울한 죽임을 당하고도 손을 잡지 못했던 경산코발트광산유족회와 박사리유족회가 70여 년이 지나 합동위령제를 거행하고 그동안의 마음의 짐을 털어냈다.

코발트광산유족회(회장 나정태)와 박사리유족회(회장 윤성해)는 지난 28일 오후 2시 평산동 코발트광산 민간인희생자 위령탑에서 합동위령제를 갖고 치유와 화해의 첫 발을 내디뎠다.
 
양 유족회는 그동안 같은 지역에서 일어난 민간인 희생사건 유족회지만 코발트는 군경에 의한 학살, 박사리는 적대세력에 의한 학살로 서로 다른 유형에 속해 그동안 교류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봄부터 양 유족회는 똑같은 민간인 희생사건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2기 진실화해위원회 진실규명 신청작업을 상호지원해 왔으며, 특히 한국전쟁 72주년을 맞이해 압량읍 행복발전소에서 경북지역문제해결플렛폼(대표 최범순 영남대 일문과 교수)의 주선으로 치유와 화해의 장을 자리를 마련하며 상호협력과 교류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날 합동위령제에 참석한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은 추도사를 통해 “두 유족들의 공동체 회복을 위한 화해 노력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유족들 간의 화해의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국민적 통합으로 이어지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또 “지난 2016년 대법원 판결로 유족들의 아픔이 일부 치유되었지만 국가와의 화해는 초보적인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진실규명결정과정에서 유족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아직 처리되지 않은 유해발굴 잔해를 정리해야 하며, 추모공원을 설립하는 등 과제가 남아 있다”며 “진화위는 민간인 전쟁 희생자 모두에 대한 형평성 있는 치유방안을 마련하고 보상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기 노력할 것이니 경산시 등 지자체에서도 추모공원 건립 등 지역사회 차원의 화해에 많은 협력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 자유총연맹회원들이 반공수호 희생자 위령탑에 헌화하고 있다.

조현일 시장은 정원채 국장이 대독한 추모사에서 “조속한 유해발굴을 통해 유가족의 깊은 아픔이 온전히 치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고, 합동위령제에 참석한 박순득 의장은 “경건하고 성스러운 위령제가 고난과 아픔으로 물들여진 삶을 살아오신 유족들에게 밝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위로와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두현 국회의원은 “코발트와 박사리는 경산이 가진 슬픈, 가슴 아픈 역사이며 다시는 이처럼 아픈 역사를 반복해서는 안된다”며 “이번 위령제가 영령들의 넋을 위로하고 지역사회의 화해와 국민대통합을 약속하는 희망의 자리기 되기를 소망한다”는 추도사를 보냈다.
 
이날 합동위령제에는 전국유족회 김복영 회장과 10월항쟁유족회 채영희 회장, 노치수 경남유족회장 등 전국각지의 유족회장들이 참석하거나 화환을 보내 아픔을 함께 했다.

합동위령제는 식전 행사로능화사 혜강 스님의 천도재를 시작으로 유희연 무용가의 진혼무와 이해리 시인의 해금 독주가 펼쳐졌으며, 이어 고유제와 경산시립합창단의 추모곡, 추도사, 이창희 유족의 추도시, 헌화분향 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박사리유족회 윤성해 회장이 아헌관으로 고유제에 참석해 술잔을 올렸다.
 
긴 세월 동안 서로 대면대면해 왔던 두 유족회가 올해 상호교류를 시작으로 합동위령제에 이른 것에 대해 영남대 김문주 교수는 “코발트와 박사리사건은 보수 진보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인권의 문제”라며 “두 유족회의 만남을 통한 치유와 화해를 넘어 시민교육으로 확산돼야 진정한 화해의 의미를 담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코발트유족들이 비문에 새겨진 부모형제들의 이름을 어루만지고 있다.

미술중심공간 보물섬 최성규 대표는 “코발트와 박사리의 비극은 단순히 애도와 화해에만 머물지 않아야 하고,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도록 인류 보편의 미래와 희망을 위해서 나아가야 한다”며 “경산도 독일의 민스트와 같이 평화와 화해의 도시가 충분히 될 수 있다”고 합동위령제의 의의를 설명했다.
 
한편 박사리유족회는 이날 오전 자유총연맹 경산시지회(회장 이용희) 주관으로 박사리 추모공원에서 제42회 자유수호희생자합동위령제를 거행했다.
 
반룡사 혜해 스님의 종교의식에 이어 이용회 회장의 추념사와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 배한철 도의회의징, 박순득 시의회 의장의 추도사에 이어 김정숙 여성회장의 조시, 자인대대 조총, 유족들의 헌화분향 순으로 진행됐다. 위령제는 참석자 모두 우리의 소원을 부르며 마무리됐다.
 
이날 42회 합동위령제는 그동안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이라는 이유로 국가로부터 외면당해오다가 이번에 2기 진실화해위원회 진실규명을 신청해 마침내 진실규명을 결정을 받은 후 거행돼 그 어떤 위령제보다 뜻이 깊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1949년 10월경 박사리 인근 마을주민이 빨치산의 근거지를 경찰에 신고했고, 신고를 받은 경찰이 군경합동으로 빨치산 토벌을 진행해 팔공산 및 인근에서 활동하던 빨치산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1949년 11월 29일 박사리 마을을 습격, 이 과정에서 박사리와 음양리, 대동리 마을주민 총 34명의 피해가 발생해 이 중 32명은 희생되었고 2명은 상해를 입었는데 희생자는 10대에서 60대의 남성으로 대부분 농업에 종사했다’고 결정했다.
 
진실화해위는 결정문과 함께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7가지를 권고했다. 권고사항은 다음과 같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자유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국민이 희생되고 유족이 피해를 입게 된 것에 대해 희생자와 유족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국가는 희생자와 유가족의 피해 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를 회복하고 지역사회의 화해에 기여할 수 있도록 희생자에 대한 추모제와 위령비 건립 등 추모 사업을 지원해야 하고, 또한 유해발굴 및 안치, 증언채록 등 후속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제적등본 등 공식기록에 희생자의 사망 시기 및 장소가 사실과 다르게 기재되고 유족이 원할 경우, 별도의 법적 절차를 통해 가족관계등록부 등 공식기록에 대한 정정 조치를 취해야 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 사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역사에 기록해야 하며, 역사기록이 잘못 기술된 경우, 올바르게 수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진실화해위원회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전쟁의 참상과 인권·평화의 소중함을 알릴 수 있도록 이 사건의 진실을 정규 교과과정에 반영하는 등 미래세대인 초중고교 학생을 대상으로 평화인권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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