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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화 문화 전시·공연

영혼을 위한 기록, 영혼에 대한 기록

최현진 기자 입력 2022.11.03 11:40 수정 2022.11.03 11:40

<아카이브 오브 스피릿츠 No.1> 展

↑↑ 중방동 미술공간 보물섬 전시장면.

삶은 소중하다. 단 한 번이기 때문이다. 모든 삶은 하나의 역사를 만든다. 

하지만 몇몇 유명인을 제외하면 시간의 흐름에 삶의 기억은 옅어지거나 사라진다. 대부분 일정한 시간 동안 한 영혼의 삶에 대한 기억은 우리에게 머물지만 슬프게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다.

경산시 남천면을 거쳐 청도로 가는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구도심에서 얼마 벗어나지 않은 곳에 나지막한 능선이 보인다. 백자산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백자산은 한국의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나지막한 야산이지만, 이 산의 골짜기 중 한 곳인 평산리에는 한국전쟁 초반 3000명이 넘는 양민이 무고하게 학살당한 코발트 광산이 있다. 

유튜브를 통해서 공포체험의 장소로 왜곡되어 알려진 이곳은 20여 년 전 유족회와 지역신문사의 끈질긴 노력으로 역사의 실체에 한발 다가섰지만 숙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서상동에 위치한 미술중심공간 보물섬의 <아카이브 오브 스피릿츠 No.1> 전이 10월 19일부터 11월 20일까지 열린다. 202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창작산실 민간전시공간지원으로 이루어진 이 전시는 최범순, 최학의 포럼과 ‘나는 세계시민이다’라는 시민예술교육과 함께 전개된다.
 
작가 심효선은 22년 전 코발트 광산을 방문했지만, 너무 오래된 일이라 자신이 방문한 곳이 어딘지 정확히 모른다. 기억은 명확하지 않지만, 그녀의 기억은 더듬이로 현재 평산리 계곡에 남아있는 부산물과 접촉한다.
 
“광산 옆에는 요양원이 생겼고 위쪽으로는 회원제 골프장이 들어서 있었다. 2000년에 들어가 보았던 수평 1골은 요양원 건물 바로 옆, 사유지가 되어 입구에는 요양원에서 나온 쓰레기가 산재해 있었다” 요양원과 골프장 건설로 훼손된 역사의 현장을 지켜보는 작가의 더듬이는 그것을 통해 역사의 비극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본다.
 
70년 전 한반도의 모든 사람은 국가에 의해 국민임을 증명하고 선택받아야 하는 운명 앞에 놓였다. 작가 윤동훈은 경산 지역의 민담과 목격담으로부터 일제강점기에 도굴당한 신림사 유물과 코발트 광산에서 수탈된 지하자원, 그곳에 강제 동원되어 노역하던 보국대, 5년 후 같은 곳에서 군경에게 희생된 보도연맹원까지.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희생자 명단과 진술, 목격담 자료를 보며 작가는 ‘이 많은 돌은 어디서 왔나’와 ‘반야용선’을 만들었다. ‘이들 모두가 계속해서 어디론가 이동하고 그 끝은 행방이 묘연하다’는 직관적 사실을 작가는 느낀다.
 
이경희는 역사 속에서 부유하며 해결되지 못한 연쇄적 사건들의 층, 결이 같은 피해와 아픔이 산발적으로 흩어진 경황을 모티브로 차용했다. 이어져 있지 못했던 살점들을 이어 붙이며 희생자의 영혼과 몸을 재생시키는 의미로서의 작업은 육체의 복원을 넘어 영혼의 복원을 시도하는 듯 보인다.

불완전하지만 완전한 몸, 한데 섞여 있으나 드러나는 영혼처럼 역설을 지닌 몸과 영혼을 완성하려는 작가의 이번 작업은 짧은 비디오 영상, 입체 설치 작업, 그리고 유리창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설치 작업을 통해 전시되며 재건된 몸의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하려 시도한다.

미술중심공간 보물섬의 <아카이브 오브 스피릿츠 No.1> 전은 11월 20일까지 열리며 월, 화는 휴관이다.

전시문의: 010-4354-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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