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경산신문은 자매언론인 경산i뉴스, 온마을TV와 함께 <제노사이드 이후 반성과 용서, 화해의 길>이라는 주제로 8월 10일부터 10월 16일까지 격주로 5회에 걸쳐 국내외 대표적인 민간인집단희생사건의 개요와 진상규명 작업, 그리고 발굴과정을 집중취재함으로써 가해자의 반성을 촉구하고, 반목질시하고 있는 각기 다른 유형의 희생자 당사자 간 화해의 가능성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이번 기획취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진행하는 기획취재 3차 공모사업에 선정돼 이루어졌으며, 기획취재에는 온마을TV박선영 편집인과 견석기 사진기자, 어성호 기자가 참여했다. 향후 보도계획은 다음과 같다.
△기획취재를 시작하며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학살사건이 일어난 지 70여 년이 지났지만 전국적으로 약 300곳에 이르는 매장추정지에 대한 발굴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2007년부터 시작된 1기 진실화해위원회의 발굴은 2009년 중단된 후 13년간 본격적인 유해발굴은 중단된 상태다.
2021년 12월 20일 어렵게 출발한 2기 진실화해위원회는 이제 유해발굴을 위한 기초조사를 겨우 끝낸 상태다. 대전시 동구 골령골 국가추모공원 건립 예정부지에 시행되는 유해발굴은 국가와 지자체가 실시하는 사전발굴 성격이 짙다. 2기 진실화해위원회 즉 국가차원의 발굴 일정은 오는 8월 말, 기초조사 보고회에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다.
대전 골령골에 대한 유해발굴 말고는 전국적인 발굴을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상설적인 유해발굴 전문기관의 부재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라틴아메리카의 유해발굴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아르헨티나는 유해발굴 전문기관인 EAAF를 설립해 엘살바르도 등 라틴아메리카 전역의 유해발굴을 돕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에서의 유해발굴은 유해발굴이라는 요소를 통해 라틴아메리카 사회에 내재해 있는 정치경제적 모순을 이야기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지난 2009년 학살이 발생한 후 약 60년 만에 시작된 유해발굴이 정치적 상황에 의해 중단된 우리나라의 상황을 대비해보면 라틴아메리카에서의 유해발굴에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는 물론, 피해자 집단 간의 반목도 여전하다. 4.3, 여순, 보도연맹 등 국가기관의 진상조사와 명예회복 조치가 일부 이루어졌지만 가해자는 반성 없이 용서를 요구하고 있고, 유형별 피해자집단 간의 반목은 국민통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경산지역의 경우 코발트광산과 박사리사건 피해자간의 보이지 않는 반목으로 지역사회는 경색되어 있다. ‘제노사이드 이후 반성과 용서를 통해 화해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지역, 사건을 국내와 해외사례를 통해 찾아 보도함으로써 코발트광산과 박사리는 물론 전국유족회 안에서도 보도연맹과 적대세력, 미군에 의한 학살 등 학살유형별로 반목하고 있는 상황을 극복치유해 국민통합에 기여하고자 한다.
△제1, 2기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 신청과 결정문
제1게 진실화해르르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5년 12월부터 2010년까지 5년간 활동하며 약 약 8500건에 이르는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과거 잘못된 판결에 대한 재심이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1기 진실화해위원회 활동 종료 이후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요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이에 지난 2020년 12월 20일 출범한 2기 진실화해위는 7월 현재 총 1만 5698건, 1만 7594명으로부터 진실규명신청서를 접수했다. 역시 이 가운데 민간인 집단희생 신청건수가 8758건 9042명으로 가장 많다. 7월 19일 현재 조시개시 사건수가 9019건, 진실규명이 완료된 사건이 205건이다.
민간인집단희생은 6226건이 조사를 개시해 이 가운데 123건이 진실규명을 종결했다. 진실규명된 대표적인 집단희생사건은 전남 진도 간재골 희생사건과 전남 화순 군경에 의한 민간인희생사건, 경주 보도연맹 및 예비검속사건, 강원 영월 군경에 의한 희생사건, 울산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 등이다. 홍성지역에서는 적대세력에 의한 민간인희생사건도 접수돼 진실이 규명됐다.
|
 |
|
| ↑↑ 2007년 평산동 코발트 광산 개토제 장면. |
|
△1기 유해발굴 성과와 발굴과 안장 필요성 제1기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2007년부터 2009까지 3년 간 진행된 유해 발굴사업을 통해 총 10개소에서 13차례에 걸쳐 총 1583구의 유해를 발굴했다. 코발트광산에서 3회, 청원 분터골에서 2회 발굴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가차원의 유해발굴을 통해 민간인 집단희생사건의 실체를 확인하고 그 진실을 규명할 수 있었으며, 유족들에게는 60여 년 간 가족의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했던 고통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해원의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반세기 만에 국가가 나서 유해를 발굴함으로써 안으로 응어리져 있던 과거상처를 치유하고 화해와 상생의 기초를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유해 매장지가 방치돼 있으며, 발굴된 유해 또한 묘지에 안장되지 못하고 세종시임시안치소에 임시로 보관되어 있는 실정이다.
국방부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유가족이 확인된 전사자 유해는 국립묘지 등에 안장하고 있으며, 유가족 미확인 전사자 유해는 국방부장관이 지정하는 유해 보관소에 보관하고 있다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또한, 제주 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는 발굴된 유해의 봉안을 위해 10억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유해봉안소를 설치했다. 이에 비해 민간인 희생자들의 유해는 발굴조사가 이루어진 이후에도 대학 연구실 등에 임시로 보관되어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1기 위원회는 유해발굴을 마치며 지난 2009년 10월 유해발굴과 안장을 위한 건의서를 발간했다. 억울한 희생자들에 대한 후손으로서의 도리를 위해서, 그리고 유가족들의 고통을 위로하기 위해서 이에 대한 시급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위원회는 △민간인 집단희생 관련 유해 발굴 등은 장기적인 정부정책으로 추진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유해 발굴 및 안장사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 표명과 과거의 불행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항구적인 근본 대책의 수립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이러한 방안으로 유해 발굴과 관련된 특별법이 제정을 건의했다. 유해 발굴에 관한 특별법으로 유해 발굴사업과 안정적인 유해 안장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한 것이다.
당시 건의서는 한국전쟁시기 민간인 희생자들의 유해 발굴과 안장은 궁극적으로 국민통합과 화해를 이루기 위한 일이며 우리 사회가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데 불가결한 요건이라고 밝혔다.
|
 |
|
| ↑↑ 전국 대학생들의 코발트 광산 순례 장면. |
|
|
 |
|
| ↑↑ 2007년도 발굴현장에서 수습된 유해와 총탄, 탄피. |
|
△2기 위원회의 과제.. 발굴계획과 집단희생 피해자 특별법 제정제2기 위원회는 1기 위원회가 완료하지 못한 유해발굴을 재개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위원회 설립 1년 반이 지난 7월 현재 유해발굴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확보하지못한 상태다.
진실화해위원회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유해발굴을 위한 기초용역이 오는 8월 완결될 예정이라며 기초용역 결과에 따라 발굴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1기 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으로 유가족들은 민사소송을 통해 정부로부터 배보상을 받았다. 그러나 진실규명일로부터 3년 안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시효 때문에 많은 유가족들이 소송조차 하지 못했다.
경산코발트광산유족회의 경우 127명이 2009년 11월 17일 진실규명결정문을 받은 후인 2011년 서울중앙지법을 통해 소송을 제기해 무려 5년만인 2016년 10월 마침내 대법원에서 승소해 그나마 약간의 보상금을 받았다. 코발트광산유족회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소송을 통해 국가로부터 배보상을 받지 못한 유가족들은 정치권에 끊임없이 배보상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행정안전부는 1기 위원회 종료 후 「과거사관련 권고사항 처리기획단」을 설치해 각 과거사관련 위원회의 권고사항을 처리하는 등 그동안 정부도 나름대로 화해를 위해 노력해 왔다. 이제 일회적이거나 단편적 조치가 아닌 근원적으로 집단희생사건 유가족들의 배·보상 요구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국가의 기본책무도 이행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헌법과 국제법은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피해자는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한 세계사적인 흐름도 집단희생에 대한 배·보상을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받은 국민은 국가 등에 정당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헌법 제29조 제1항)하고 있으므로,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집단희생을 당한 피해자에 대해서는 국가의 배상책임이 성립한다. 다만 법원에 의한 사법적인 구제방법은 소멸시효의 문제가 수반되므로 국가가 대승적 차원에서 특별법을 통한 구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는 오래 전부터 인도에 반한 범죄, 집단살해행위 등을 처벌하기 위하여 다양한 법적 장치를 마련해 왔는데, 특히 최근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희생자 권리원칙」(2005. 12. 16.)은 국가폭력의 희생자에 대한 배·보상의 원칙과 방식을 상세히 밝히고 있으므로 우리나라도 이를 존중하고 참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추세는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하는 방안으로 재판을 통한 가해자 처벌보다는 과거사정리를 통한 진실규명 이후의 배·보상에 더 역점을 두고 있다. 아르헨티나, 칠레, 대만 등의 국가들은 차등을 두는 개별지급 방식으로 배·보상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개별적인 보상이 난관에 봉착할 경우 상징적 보상으로 광범위한 대상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을 채택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나 페루의 사례도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법안은 총 6건. 전용기, 한병도, 이개호, 이재정, 김용판, 윤미향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들이다.
전용기 의원은 소멸시효에 관한 특례조항을, 한병도 의원은 조사기간 연장, 이개호 의원은 과거사연구재단 설립운영, 이재정 의원은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 특례신설, 김용판 의원은 보상심의위원회 신설 및 보상금 신청지급절차, 윤미향 의원은 진질규명범위에 성폭력사건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조사전담기구를 신설하자는 조항을 담고 있다. 이들 6개 법안을 소관 상임위를 거쳐 현재 법사위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다.
최근 4.3 유족과 여순 유족들이 소송을 거치지 않고도 손해배상을 받을 길이 열린 만큼 민간인 집단희생 피해자들도 예외일 수 없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