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가 드릴 말씀은 <공간의 미래>입니다. 미래를 완전히 예측하는 얘기는 아니지만 건축가가 바라보는 사회와 공간과 사회의 관계 그리고 사람의 관계, 미래가 어떻게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겨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경산신문사가 주최하는 2022년 경산시민 독서감상문쓰기대회의 부대행사인 북콘서트가 올해도 지역사회에 작은 울림을 던졌다. 올해 북콘서트는 일반부 선정도서인 <공간의 미개> 저자인 건축가 유현준 교수를 초청해 지난 20일 남부미래교육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경산신문 유튜브채널인 <온마을TV> 박선영 편집인의사회로 진행된 이날 북콘서트는 이종일 놀이연구소장의 식전공연을 시작으로 국민의례, 최승호 발행인 인사말, 조현일 시장의 축전, 이용만 교육장을 대신한 김호상 경산교육지원청 교육지원과장(남부미래교육관 센터장)의 환영사 순으로 진행됐다.
조현일 시장은 국비확보차 서울출장으로 참석치 못하고 대신 축전을 보내 축하했다. 조 시장은 “건축은 예술의 총집합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우리들의 공간 속에서 많은 변화와 함께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늘 유현준 작가님의 <공간의 미래> 북 콘서트를 우리 경산시에서 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함께하신 모든 분들에게 유익한 시간 되시기를 바랍니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도시공간에도 많은 변화를 주고 있는데요?
서울 같은 도시를 예로 들면, 53% 정도를 주거가 차지하고 있고요 31% 정도가 상업이 차지하고 있어요. 그런데 앞으로 상업지역은 앞으로 좀 줄어들 거예요. 비대면 소비가 늘어나기 때문에 그것들이 다시 주거로 바뀌고 그러겠죠.
이 와중에 코로나가 터지면서 공간의 양극화가 더 심해졌어요. 인류가 알다시피 공간은 제한적이죠. 지구라는 공간은 유한하다는 겁니다. 인구는 80억 명을 넘어 100억 명까지 늘어나고 있어요. 그러니까 사람이 쓸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어요.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한쪽에서는 우주를 개발해야 된다, 일론 머스크 같은 사람들은 화성 식민지 얘기를 하고 있고 또 페이스북 같은 데는 가상공간에서 그걸 해결하려고 하죠. 아바타를 통해서.
우리는 몸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공간이 필요한데 인구가 몰리고 하니까 공간의 단가가 점점 비싸질 수밖에 없어요. 서울 같은 경우에 평균 집값이 10억입니다. 웬만한 사람들은 살 수가 없죠. 그러니까 청년들은 집을 사는 걸 포기하고 집 사기 전에 뭘 사느냐 이 도시 안에서 나만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3000만 원 내고서 자동차를 삽니다. 자동차를 사면은 실내 공간만큼은 내 프라이빗한 공간이 되는 거죠. 이 젊은 친구들은 차를 사면 매일 먼저 하는 일이 썬팅입니다. 안이 시커멓게 안 보이면 내 방이라고 착각하는 거죠. 그러면 이제 마당에 하는 집이 하나 생기는 꼴이 되는 거죠.
코로나 이후 도시공간을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요? 가장 간편한 방법 가운데 하나를 찾는다면?
도시 공간에서 어느 사회가 공간적으로 얼마나 건전한지를 보려면 단위 면적당 벤치의 숫자를 세어봅니다. 뉴욕 브로드웨이의 950미터 구간에 벤치가 170개가 있어요. 근데 같은 길이의 강남 신사동 가로수길은 벤치가 3개밖에 없습니다.
걷다가 다리가 아프면 앉을 데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카페에 들어가야 되는 거예요. 그래서 서울은 전 세계에서 단위면적당 커피숍의 숫자가 가장 많은 도시예요. 별로 자랑스럽지 않은 통계인 거예요. 사실은 앉을 데가 없다는 얘기인 거죠.
그런데 문제는 돈이 많은 사람은 비싼 카페에 가고 돈이 적은 사람은 싼 카페에 가겠죠. 그러면서 이들이 같은 공간에 있을 가능성이 없어지는 거예요. 그러면 같은 도시에 10년을 살아도 공통의 추억이 안 생겨요.
대한민국 사회가 가장 융합됐을 때는 언제라고 그러냐 하면은 월드컵 길거리 응원할 때예요. 길바닥이 다 공원이 된 거나 마찬가지니까 우리는 공적인 추억을 가졌고 하나로 될 수 있었던 거죠. 그래서 공원이 필요로 하는 거예요. 우리 도시공간이 그렇게 재구성이 될 필요가 있어요. 특히 공원 같은 것들이 중요해요. 왜냐면 자연의 가치가 점점 비싸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자연을 더 공평하게 무료로 쓸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줘야 됩니다.
그러면 도시공원을 만들 때 주목해야 할 것이 있습니까?
공원도 이런 센트럴 파크같이 정방형에 가까운 공원을 만들 거냐 아니면 경의선 수계공원 같이 선형으로 긴 공원을 만들거냐 이런 것도 생각을 해봐야 돼요. 사이즈보다는 분포가 중요해요. 1만 평짜리 공원 하나보다는 1000평짜리 공원 10개를 만들어서 걸어서 10분 이내에 공원이 있게 하는 게 중요하죠. 도서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서가 100만 권 있는 도서관 이런 하나 짓는 것보다 만 권 있는 도서관 100개 짓는 게 훨씬 나은 거예요.
그리고 공원 모양도 생각해야 됩니다. 공원이 만들어지면 뒤에 혜택을 보는 사람이 누구냐 공원의 변에 접해서 사는 사람들이겠죠. 같은 면적의 공원을 만들어도 변의 길이가 달라집니다.
100제곱 미터의 면적을 정방향으로 공원을 만들면 가로 10m 세로 10m에서 총 40m의 변의 길이가 생겨요. 1대1로 늘리면 1.7배 증가해서 70m까지 늘어나고, 1대100으로 엿가락처럼 늘이면 5배가 늘어나서 변의 길이 200m까지 늘어나요.
이것을 용산가족공원에 적용을 해보면, 서울 용산공원의 면적이 90만 평이거든요. 그 주변 둘레가 12킬로미터 정도 됩니다. 그런데 그 90만 평이라는 땅을 아까 보셨던 경의선 숲길 같은 폭이 16m 정도 되는 그런 선형의 공원으로 만들면 변의 길이가 360km까지 올라가요. 30배가 늘어나는 셈이 되는 거죠. 그러니까 30배가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게 된다는 거예요. 이런 게 디자인의 힘인 거예요.
또 다른 장점이 또 있어요. 경의선 수계공원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홍대 앞 연남동하고 마포구 공덕동 두 동네는 완전히 다른 동네였어요. 서로 왕래가 없다가 수계공원이 만들어졌더니 연남동에 사는 사람들이 공덕동으로 산책을 하고 공덕동 사는 사람들은 연남동으로 산책을 오갈 거 아닙니까 같은 길을 산책하는 공동체가 된 거예요. 같은 추억을 가지게 된 거죠. 그러니까 지역을 융합시킵니다. 선형의 공원이 도시와 융합이 되려면 도시 곳곳에 선형의 공원을 만들아여 합니다.
경산만 하더라도 그런 땅이 없습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 까요?
문제는 이런 공원을 만들 땅이 없어요. 경의선 숲길에서 지혜를 얻으면 됩니다. 경의선 숲길이 과거에 여기 철길이 있었거든요. 철길이 지중화가 되면서 그 공간이 비어지게 된 거죠. 지상공간이 공원으로 바뀐 거예요.
도시에 많은 도로들이 있잖아요. 그 도로의 교통량 중에서 물류만 지하로 다 내려 보낼 수가 있다면 도로가 좀 쉴 수 있겠죠. 예를 들어서 자율주행 로봇이 다니는 이런 전용 지하물류 터널을 뚫는 거예요. 큰 트럭이 들어가는 게 아니고 자율 주행 로봇이 들어가는 거니까 그냥 하수관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도로에서 물류가 차지하는 게 약 3분의 1 정도거든요. 그러면 적어도 차선 숫자를 3분 1은 없앨 수 있다는 얘기예요.
서울에 4차선 도로가 많은데 이 4차선 도로 밑에다가 딱 물류터널을 뚫으면 지상의 교통량이 줄면 차선수를 줄여서 거기에 선형의 공원을 만듭니다. 그 다음에 지하 물류센터에서 엘리트를 타고 올라가서 반경 한 200m는 사람이 와서 픽업해서 배달하는 방식으로 이렇게 가면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생기는 거예요.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지면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는 거죠. 더 중요한 거는 공간이 새로운 공간이 나와야지만 사회의 계층 이동 사다리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