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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일의 경산사람

마을화가 손우균 씨

최승호 기자 입력 2022.07.27 11:55 수정 2022.07.27 11:55

 
머스킷 베얼리 에이(MBA) 일명 머루포도의 시배지로 알려진 남천면 산전리가 벽화마을로 변하고 있다. 

부산 감천마을, 통영 동피랑마을 등 도시재생사업의 주요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벽화마을이 수억 원의 예산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면 산전리의 벽화는 미술에 전혀 문외한인 중졸의 전 건설현장 일용노동자의 손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페인트 값을 보태주고 있을 뿐이다. 

포도마을을 벽화마을로 바꾸고 있는 손우균(53세, 사진) 씨를 이 주일의 경산사람으로 만났다.

우균 씨는 산전리 마을을 가로지르는 경부선 철길가에서 태어났다. 남천초와 경산중을 졸업하고 일찌감치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어릴 때부터 하도 이것저것 많이 해서 기억도 잘 안 납니다. 10여 년 전에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다쳐서 지금은 산재보험에서 장애연금을 받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계속 몸을 움직여야 굳어지지 않기 때문에 뭐라도 해야 합니다”

유래 없는 전염병 코로나19가 이 시골마을까지 덮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20년 봄, 2월 신천지 관련 시청 공무원에서 시작된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청정지역인 산전리에도 극심한 공포가 엄습했다. 마을 어른들은 심지어 병풍산으로 오르는 비녀길 임도 아침운동 길에도 마스크를 끼고 다닐 정도였다.
 
가만히 집안 구석에만 머물고 있던 손 씨는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붓을 들었다. 초중학교 미술시간에 그림을 그렸던 것이 전부인 손 씨는 인터넷이나 사진으로 그림을 그릴 소재를 뒤졌다. 그대로 그릴 수는 없었기에 조금씩 변형도 해보고 색상도 마을분위기에 맞게 고쳤다.
 
손 씨가 사는 동네는 산전리에서도 ‘새마을’이라 불리는 주택단지. 7,80년대 새로 조성된 집단주택지로 약 서른 가구가 밀집해 있다. 손 씨는 새마을 담장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꽃, 동물, 산, 나무 등 시골마을에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들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손 씨의 벽화그리기는 만 2년 반을 넘게 계속되고 있다.
 
“첨에는 그냥 페인트칠하는 것보다는 낫다며 그림을 그리라고 하셨지예. 나중에 그림이 좀 좋아져서 담장 주인에게 어떤 걸 그릴까예 물어보기도 하고, 주인이 없는 곳은 제가 적당한 그림을 찾아서 그립니다. 무엇을 그려달라고 한 분들은 페인트 사는데 보태라고 돈을 주시는데 안 받는다고 하면 화통에 던져 놓고 가십니다”

시골마을치고는 150호가 넘는 제법 큰 마을인 산전리에는 아직도 손씨의 손길을 기다리는 담장이 많이 남아 있다. ‘새마을’을 다 그리고 이제는 경부선 철길가 담장과 마을 진입로인 국도25호선 박스에 벽화를 그리고 있다. 자기가 살던 옛집 부근 담장에는 포도마을답게 포도덩쿨을 예쁘게 그렸다. 터널박스에는 황소 두 마리가 소싸움하는 장면을 역동적으로 그렸다.

“그림을 한 번도 배운 적이 없어서 배운다는 마음으로 그립니다. 일을 하지 못해 그림 그리는 제 대신 열심히 살아주고 있는 집사람과 아이들이 고맙죠. 포도마을이 벽화마을로도 유명해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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