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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성규 미술중심공간보물섬대표, 작가. |
스페인 북부에 인구 1만 5천 명의 작은 도시 게르니카라는 곳이 있다. 이 도시는 전쟁의 참상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면 들어봤을 이름이다. 게르니카가 유명해진 것은 피카소라는 스페인 화가가 1937년 4월 26일 있었던 스페인 내전의 참혹한 공중폭격의 참상을 그림으로 남겼기 때문이다.
흑백으로 그려진 이 그림은 스페인의 작은 도시 ‘게르니카’의 무고한 시민들의 죽음과 전쟁의 참혹함을 기념비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2017년 나는 버스를 타고 유럽 미술관을 여행한 적이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무려 10시간이 넘는 밤 버스를 타고 빌바오라는 도시로 가는 중이었다. 버스에 쪼그리고 자서인지 매우 피곤했다.
버스 유리창으로 쏳아지는 따가운 아침햇살에 눈을 떴다. 그런데 아주 작은 이정표가 보였다. 게르니카라는 이정표였다. 나는 게르니카 도시를 통과할 때 정신이 또렷해졌으며 그 도시를 자세히 보았다. 나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기도하게 되었다. 만약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없었다면 어떻게 내가 게르니카라는 도시를 알게 되었을까?
품격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 된 바탕과 타고난 성품 또는 사물 따위에서 느껴지는 품위’를 일컫는다. 품위는 사물의 가치나 위엄을 의미하니 도시의 품격은 한 도시의 가치나 위엄을 말하는 것이다.
한 도시의 품격은 어떻게 무엇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일까? 도시의 품격과 관련해서 검색하면 제각각 다른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다. 도시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공디자인이 발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으며, 공원을 곳곳에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어떻게 하면 도시의 품격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의 차이가 있다.
경산의 백자산 평산리의 코발트 광산은 유튜브를 통해서 공포체험의 장소로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소위 안경공장 괴담 장소로 한국 공포체험 10곳 중의 하나에 든다고 한다. 이렇듯 왜곡된 역사의식은 도시의 품격을 떨어뜨린다. 경산을 이야기하며 대학도시라는 말을 한다. 대학이 경산시에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학과 지역과의 관계와 친밀도를 생각해 보면 “과연?”이라는 의문이 든다.
대학의 많은 학생과 청년이 주도하여 왜곡된 역사 인식을 바로잡고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평화와 반전, 비폭력의 정신을 구체화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나의 예를 든다면 작년 조경학과 학생들이 코발트 광산을 방문하고 평화공원을 조성하는 계획안을 수업 시간에 다뤘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또한 올해 영남대학교의 시각디자인학과의 한 수업에서는 코발트 광산을 방문하고 각자의 작품을 포스터, 영상, 시집, 소설책의 편집 등으로 제작한 수업의 이야기를 들었다. 지역대학의 이런 시도가 앞으로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6월 23일 강원도 평창에서는 제4회 평창 국제 평화영화제가 열렸었다. 이 영화제에는 지금 우리의 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의 하나인 우크라이나 전쟁을 다룬 영화뿐만이 아니라 홍콩 시민운동’을 다룬 영화는 물론이거니와 평화, 번영, 공존이라는 주제로 88편의 영화가 상영되었다고 한다.
“왜 굳이 코발트와 박사리와 같은 어두운 역사의 이야기를 드러내려고 하느냐? 그럴 필요가 있느냐?”, “그냥 묻어버리고 희망찬 미래만 생각하는게 중요하지 않으냐?”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역사는 심하게 왜곡되어 있고, 피해 희생자들의 유족과 희생자분들의 영혼은 여전히 가족 공동체와 지역공동체 속에 아픔으로 남아있다. 우리가 역사를 통해서 제대로 되짚지 않으면 역사는 언제든지 되풀이될 수 있다.
평창 평화영화제의 예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문화예술은 지역과 국경을 넘어서 정치. 경제적 이익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연대가 가능하다. 진상규명은 필요하며 정확한 역사 인식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깊은 영혼의 상처를 달래는 방법, 많은 이들과 공감하며 나눌 수 있는 보편적인 방법은 인류의 공통언어인 문화, 예술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코발트 광산이 가지는 거대한 역사적인 무게는 경산시는 물론 한민족이 풀어야 할 과제다. 나아가 인류가 풀어야 할 어려운 문제이다. 경산시의 시민사회가 이런 문제를 풀어가려는 의지가 있다면 경산시의 품격은 그 어떤 도시 못지않게 올라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