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빛문화재연구원-경산신문 MOU 지역연구자료공유 기획연재 (5)
고분은 고인을 애도하고, 시신을 처리하는 과정인 장송의례가 집중된 종교적인 구조물이자 기념물이라고 이야기된다.
즉, 고대사회에서는 고인에 대해 애도를 표하고, 매장하는 과정에는 일정한 격식의 의례가 진행되었을 것인데, 이러한 행위들의 결과물이 고분과 다양한 부장품들이라는 것이다. 고분의 크기가 클수록, 화려한 장신구가 부장되었을수록 고분의 주인공은 높은 지위를 가졌던 사람으로 간주된다.
이처럼 고분이라는 다소 복잡한 구조의 건축물을 축조하고, 내부에 많은 부장품을 배치하는 과정은 많은 자본과 노동력, 그리고 시간을 들여야하는 어려운 작업이었을 것이다. 더욱이 지역의 유력 인사의 장례를 거행하는 것이다보니 비교적 엄격한 분위기 속에서 의례를 주관하는 전문가와 고인의 후계자들에 의한 애도, 제사, 매장, 무덤의 축조과정에 필요한 다양한 의례도 거행되었을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500년전 축조된 경산 임당동과 조영동 고분군은 과거 압독국을 다스렸던 수장들의 고분으로 알려져 있다. 고분에는 다양한 유물들이 부장되어 있는데, 주인공이 직접 착용했던 금동관, 목걸이, 귀걸이 등의 장신구와 칼, 창, 화살촉과 같은 무기가 있고, 말을 탈 때 쓰는 마구도 있다. 이러한 유물들로 보아 압독국 사람들은 그들의 조상을 위해 비교적 장엄하고 화려한 장송의례를 거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유물 중에서도 단연 주목되는 것은 토기로, 부장되는 수량도 가장 많고, 종류도 다양하다. 토기는 무덤의 주인공이 안치되는 주곽과 무덤의 주인공이 사후세계에서 쓸 각종 부장품이 부장되는 부곽에 다양한 용도로 부장된다.
기본적으로 고분에 부장된 토기는 무덤의 주인공을 위한 제사음식과 주인공이 사후세계에서 먹을 음식들을 넣어주기 위해 부장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외에도 망자의 사회적 위치나 애도, 특별한 상징적 의미로 부장되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토기 안에서 확인되는 여러 동·식물유존체들로 보아 토기에 음식을 담아 부장한 것으로 이해해 볼 수 있다.
이러한 토기들 중에서 비교적 작은 크기의 그릇이라 할 수 있는 고배(굽다리접시)나 개배(뚜껑있는 사발), 발, 잔 등은 반찬을 담는 찬기로 이해해 볼 수 있고, 크기와 용량이 큰 대부장경호(다리달린목긴항아리)나 단경호(목짧은 항아리), 대호(큰항아리) 등은 고분의 주인공을 위한 음식물을 저장용으로 부장된 것이라 이해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임당동·조영동 고분에서 확인된 각종 찬기에서 특정 부위만 선별하여 다듬은 동물유존체들이 확인되고 있어, 망자를 위해 제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제사상에 진설된 ‘조리’된 음식물이 제사가 끝난 후 고분에 그대로 부장된 것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반면 주곽이나 부곽에 놓인 각종 항아리에 들어있던 동물유존체들은 온전한 형태의 동물유존체들이 몇 마리씩 그대로 담겨있기도 하고, 여러 종류의 동물유존체들이 한 항아리에 뒤섞여 담겨진 경우도 있기 때문에 아마도 저장용 식재료로 부장된 것이라 추정해볼 수 있다.
한편, 음식물 재료가 아닌 동물유존체 자료도 확인된다. 임당 2호 북분 주곽의 뚜껑돌 위에서는 토기 4마리와 개 2마리가 나란히 놓인 상태로 확인되었고, 임당 5B2호 역시 뚜껑돌 위에 개 2마리가 놓여있는 경우가 있다. 임당 6A호는 확실하지 않지만 뚜껑돌 위에 개와 돼지가 같이 놓여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임당 1호분에서는 호석 근처에서 말무덤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사례의 동물유존체들은 음식물로 부장된 것이 아니라 고분을 축조하는 과정 중에 망자를 위한 장송의례 과정에서 희생된 공헌물로 파악되기도 한다. 따라서 고분에서 확인되는 다양한 동물유존체들은 고분의 주인공을 위한 음식물 또는 주인공이 생전에 아꼈던 애완동물, 주인공을 위해 행한 동물 희생의례 등으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고분의 호석 주변에서도 다양한 동물유존체가 확인된다. 호석의 주변에서는 무덤을 축조한 이후 정기·비정기적으로 묘사(墓祀)가 진행되는데, 이 묘사에서도 다양한 동물을 사용한 음식의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임당유적에서 확인되는 호석 주변 대호 안에는 꿩, 오리와 청어, 전갱이, 복어가 출토되었고, 돼지의 머리뼈가 확인된다. 이외에도 전복, 다슬기, 홍합, 굴, 바지락, 성게, 따개비 등이 출토되었는데 따개비의 경우는 식용으로 사용하지 않는 종이다.
호석 주변에는 대호 이외에도 임당 1호분 주변에서 확인된 것처럼 말무덤이 따로 만들어져 있다. 말은 고대사회에서 사회·경제적으로 가치가 높은 동물인데, 말이 가지는 경제적 가치에 집중해보면 ‘말이 매장되었다.’는 것은 높은 경제적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집단의 중요한 의례행위로 파악해 볼 수 있다. 이처럼 온전한 개체의 말 한 마리가 따로 매장되었다는 것은 고분의 축조와 그와 관련된 매우 중요한 의례가 행해졌다는 것을 알려주는 자료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경산 임당동·조영동 고분에서 다양하게 확인되는 동물유존체 자료들은 현재 영남대학교박물관에서 그 실물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영남대학교박물관에서 임당유적의 동물유존체 자료를 깊이 있게 분석한 연구자료집을 출간했다. 『경산 임당유적의 동물유존체』 보고서는 그간 우리가 표면상으로 파악했던 몇몇 동물유존체 외에도 자세한 사례들을 깊이 있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고대 압독국 사람들은 굉장히 다양한 동물들을 고분에 부장했던 것으로 보인다. 꿩·기러기· 고니·오리·느시·두루미와 같은 조류와 상어·청어·잉어·대구·숭어·복어와 같은 어류, 말·소·사슴·돼지·개·토끼와 같은 포유류, 고둥·다슬기·소라·홍합과 같은 패류 등이 발굴조사를 통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특징적인 것은 내륙이라고 할 수 있는 경산지역에 여러 담수어와 담수산 패류, 해수산 패류와 해수어가 함께 확인된다는 점이다. 아마도 울산과 포항 쪽에서 채취하여 경산까지 이동해 왔지 않았을까 하는 가능성을 열어둔다. 또한 겨울 철재인 기러기와 고니 등이 부장된 것을 통해 고분의 축조 당시 계절을 파악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처럼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동물유존체 자료로 우리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고대사회의 다양한 식문화와 의례를 상세하게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먼 지역에서 채취되는 각종 해산물들을 수고스럽게 공수해 오고, 상당한 동물들을 사냥하고, 조리하는 것과 함께 꽤나 고생스럽게 고분을 축조하고, 많은 부장품을 넣어주는 과정은 매우 힘겨웠을 것이다. 옛날 압독국 사람들은 그러한 고생을 하면서도 그들의 조상이 안전히 저세상에 도착하여 평안히 살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 고분을 축조하고 의례를 거행했던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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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경 영남대학교 문화인류학과 4단계 BK21 교육연구팀 연구교수. |
<필자 프로필>
영남대학교 문화인류학과 문화인류학 학사
영남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고고학 전공 석사
영남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고고학 전공 박사
박사논문 : 신라 적석목곽묘 상장의례 연구
주요논문 : 신라 옹관묘의 축조와 의례적 성격(2020, 야외고고학 39, 한국문화유산협회)
적석목곽묘 두상부 부장군 부장 용기와 그 의미(2020, 한국고고학보 116, 한국고고학회)
신라 적석목곽묘 묘사(墓祀)의 성격과 의미(2021, 한국상고사학보 112, 한국상고사학회)
신라 적석목곽묘 덩이쇠(鐵梃)의 부장 정형과 그 의미(2021, 민족문화논총 78, 영남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
지역 고고유산 체험 교육의 활성화 방안과 전략(2021, 문화재 54, 국립문화재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