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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 사회 자원봉사

“서상길 모퉁이 군고구마의 기적”

최승호 기자 입력 2022.01.20 13:25 수정 2022.01.20 15:27

사흘 만에 150만원 아동·청소년 세 곳에 전달

“미디어센터에 군고무마 틀 있지요?” “네”
“좀 빌려주이소” “머할라고예?”

 
이웃에 나무공방이 이사와서 짜투리 나무가 생겼다며 군고구마를 구워 먹는다고 해서 창고에 처박아두었던 군고구마 구이틀을 빌려갔다. 어찌하고 있나 궁금해서 퇴근길에 들렀다. 무안에서 생산한 고구마 빛깔이 황토흙에 자란 덕분에 검붉게 보이는 것이 먹음직스러웠다.
 
‘이건 무슨 맛이지 추억의 군고구마 맛이 이 정도였나?’
한 개, 두 개 연달아 받아먹으며 군고무마의 황홀한 맛에 저도 모르게
‘이야 이거 군고구마 장사나 해볼까?’ 생각이 들 정도로 맛났다.

“우리 이걸로 연말에 이웃돕기 한번 해볼까요? 이 정도 맛이면 군고구마 사먹을 사람들 많을 것 같은데” 농담 삼아 던지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아침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집에 아직 고구마 있죠? 몇 상자 가지고 오세요”
“아니 군고무마용은 골라 담아야 되는데...”
“아침 일찍 미나리밭에 풀을 뽑으러 가서 오는데로 보낼게요”
하고는 출근길에 어제 군고무마를 구워먹었던 장소로 나갔다.

아뿔싸. ‘지역아동센터 및 뇌병변센터 겨울난방비 지원’ 이라는 배너까지 설치해 놓고 부부가 군고구마를 굽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제 저녁에 잠들기 전에 ‘내가 구워 볼게. 사람들이나 많이 모시고 와’ 어젯 저녁 잠자코 듣고 있던 신랑이 자기가 굽겠다고 하고서는 광고사에 가서 배너간판까지 맞추어 왔다는 것이다.
 
↑↑ 군고구마 수익사업에 성금을 보태고 있는 장애인단체 회원들.

남쪽에 있는 높은 상가건물 때문에 볕도 들지 않는 골목에서 그렇게 군고마 수익사업은 시작됐다.

당초 설 전 주인 28일까지 하겠다고 했지만 1주일을 넘겨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지 말고 목표를 정해서 두 곳에 50만 원 씩 지원키로 하고 목표에 도달하면 접읍시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군고무마 수익사업은 1주일을 넘기지 못했다. 사흘 만에 목표액을 넘겨버린 것이다. 결국 마지막 날은 그동안 군고구마를 팔아준 분들에게 대접하기로 하고 마지막 남은 고구마 상자를 뜯었다.
 
↑↑ 군고구마를 굽고 있는 김소점 신체장애인복지회 사무국장.

성암산에 해가 걸려 있는 시각, 고구마떨이를 하고 기부금 통을 열었다. ‘세상에나’ 당초 계획했던 두 곳이 아니라 한 곳에 더 줄 수 있는 금액이었다.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따스한 겨울을 나눠주자는 취지로 시작한 수익사업이었으니까 청소년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이주용 목사님께 드리기로 했다.
 
군고구마를 팔아 만든 수익금은 지난 화요일 서상길 신체장애인복지회 경산지부장이 전달했다. 김소점 사무국장과 남편이 나흘 간 손을 데어 가면서 무려 10kg들이 고구마 아홉 상자를 구워 마련한 봉사금이었기 때문이다.
 
↑↑ 신체장애인복지협회 하정호 지부장(사진왼쪽)이 지역아동센터와 뇌병변센터, 청소년무료급식소에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이제는 겨울거리에서조차 사라진 군고구마. 풀빵이라 불리는 국화빵, 붕어빵과 함께 한겨울 최고의 간식이었던 추억의 군고구마가 가져다 준 임인년 새해의 선물, 서상길에 오랫동안 군고구마향이 사라지지 않고 진동할 것이다. 나흘간 구이용 나무를 지원해준 나무와공방 박선배 후배에게도 지면을 빌어 감사 드린다.

군고구마 수익사업에 기꺼이 지갑을 열어준 사람들은 김소점 국장의 SNS에 올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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