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즉에 입춘이 지났으니 엄연히 봄이다. 그러나 누가 달력의 날짜만으로 봄의 도래를 가늠한다던가. 봄은 눈으로 보고 코로 맡고 입으로 맛을 느껴야 비로소 왔구나 할 것이다.
그래서 봄은 따뜻한 온기와 개나리 진달래 등의 꽃으로 다가서기 전에 쑥과 냉이와 미나리 등의 봄나물을 앞세운다. 그러나 자인 남산들녘 어디서도 봄나물을 캐려고 논두렁 밭두렁을 헤집는 이를 볼 수 없으니 봄은 아직 멀었다. 그렇다고 설마, 들녘의 봄나물인 척하며 대형마트 야채진열장에 엎어져 있던 냉이로 된장찌개 끓여 놓고 봄이로구나 하지는 말자. 참으로 봄스럽지 못한 짓이다. 그래도 기어이 봄을 느끼고 싶기에 마트의 야채진열장을 어설렁거려야겠다면, 그마음 그대로 용성면 육동마을로 가시라.
육동마을! 경산의 최오지 마을이며 옛부터 물맑고 공기 좋기로 소문난, 그 덕에 3년 전부터 청정미나리 재배단지로 지정되면서 점점 육동마을이란 이름보다 육동미나리 이름이 더 익숙해지고 있는 곳.
절정의 봄이라 하더라도 가족이나 모임나들이는 대개 주말이나 하게 마련이건만, 지금 육동마을엔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이 미나리깡의 미나리 수 만큼이나 들고 난다. 봄도 아니고 주말도 아닌데 말이다. 미나리 때문이다. 지하 200m의 암반수와 외부의 오염된 공기가 전혀 스며들지 않는 최상의 분지형 청정지역에서 나고 자란, 그래서 그 부드러운 맛이 저 유명한 청도 한재미나리와 경주 외동의 치술령미나리를 능가한다는 바로 그 육동청정미나리가 경산사람을, 대구·울산·부산 사람들을 불러모으기 때문이다.
기자가 미나리 출하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육동마을에 든 시간은 수요일 오후 1시. 경산시내에서 차량으로 30여 분을 청도 운문사 방향으로 자인과 용성면을 지난뒤 청정미나리작목반이라 적힌 푯말을 따르다 보면 어렵지 않게 육동마을을 찾을 수 있다.
마을에 들면 수많은 미나리재배 하우스와 그 하우스옆에 줄지어 세운 외지 방문객들의 차량을 만나게 된다. 차량댓수로 보아서는 많은 사람들이 보여야 할텐데 길 어느 곳에도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하우스와 차량뿐이다. 지나는 차안에서만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사람들은 전부 비닐하우스안에 들어가 있었다.
기자일행이 찾은 곳은 육동마을 미나리작목반장인 김주현 씨네 비닐하우스단지. 굴뚝으로 연기가 나는 하우스의 문을 여니 일행이 예약한 테이블만 빼놓고 10개가 넘는 테이블이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주말이 아닌 평일인데도 말이다. 그리고 초록의 향기로운 부드러운 맛이 테이블과 사람들의 손에 가득했다. 바로 거기에 이른 봄이 있었다.
육동미나리의 위력은 과연 대단했다. 여느 숯불구이집에 갔는데 달랑 미나리 한단과 삼겹살 구이용 불판과 된장 한 종지기만을 메뉴의 전부로 내어 놓는다면 과연 손님들의 반응은 어떨까? 미루어 짐작할 가치도 없는 질문인가? 하우스 내의 테이블 위에는 진짜, 달랑 미나리 한 단에 된장 한 종지기에, 다만 곁들여 구워먹기 위해 손님들이 직접 마련해 온 삼겹살이 전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정말 맛있게, 신나게, 말도 없이 미나리에 삼겹살을 얹은 다음 소주잔을 털어 넣는다. 미나리는 그냥 회무침의 과장된 양을 위해 존재할 뿐이라고 믿었기에, 저렇게 많은 양을 무치지도 않은 날 것으로 삼겹살과 더불어 먹는다는 생각을 기자는 절대 해 본 적이 없었다.
기자는 이곳 육동마을에 오기전에 그런말을 들었다. 육동마을에 갈 때는 수술을 앞 둔 환자처럼 배에 아무것도 채우지 말 것이며, 평소 고기집에서 먹는 삼겹살 양의 꼭 두 배는 준비해 가야 후회 없을 것이란 말을. 이유 확인을 위해서는 나도 미나리 한 줌에 된장을 찍어바른 삼겹살을 씹어봐야 했다. 결론은? 올해는 꼭 다이어트에 성공하겠다 다짐한 사람이라면 절대 육동마을에 들어가지 마시라는 말로 그 맛, 그리고 그 맛 때문에 먹어야 했던 삼겹살과 미나리의 양을 설명드린다. 다이어트 중이신 분들은 그냥 봄이 올 때까지 기다리시라. 절대 미리 봄체험 한답시고 육동미나리단지로 들어가진 마시라.
궂이 들어가야 겠다면 그냥 하우스에서 바로 베어서 판매하는 미나리나 몇 단 사들고 나오는 게 최선이다. 괜히 시식한답시고 미나리 위에 삼겹살을 얹었다가는 연초 2개월 가량은 지속했었을 다이어트 계획이 몽땅 망그러진다. 미나리만 먹으면 되지 않냐고? 글쎄올시다.
육동청정미나리는 지난 2월 10일경 부터 봄미나리로 출하되기 시작했다. 3년 전에 경산시가 청정미나리 재배단지로 지정한 이후 꾸준히 작목면적이 늘어나서 올해는 4ha의 면적에 20여 가구가 미나리를 재배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재배면적과 작목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지하 200m의 청정암반수를 머금고 자란 육동미나리는 특히 부드럽게 씹히는 맛이 일품인데 줄기밑동에서도 섬유질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은 출하 초기라 향기나 맛이 약간은 떨어지는 편이라고. 본격적인 출하시기인 2월 말과 3월 말경까지의 향기와 맛이 가장 좋다고 한다. 미나리에 대한 더 자세한 사항과 구매관련 문의는 인터넷 홈페이지 http://www.minari.or.kr를 참고하면 된다.
<763호 : 2008년 2월 18일 월요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