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적으로 굉장히 힘든 일이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자연염색의 매력에 끌렸습니다. 일반인들에게는 아직은 고가인 자연염색 우리옷의 대중화, 특히 피부에 직접 닿는 특성을 이용해 환자나 아토피로 고생하는 어린이들의 치료용으로 자연염색 우리옷을 보급하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8년 전 우연히 자연염색의 세계에 매료된 후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지난해 5월 하양읍 은호리, 금호강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물띠미 국도 4호선 길가에 자연염색 우리옷 전시장 겸 공방을 낸 해란 박영숙(47세)씨.
통나무로 지은 두 채의 작은 공방에는 자연염색 우리옷과 보자기, 가방 등 소품과 갓신 등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기자가 찾은 지난 22일 오전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데도 아이를 안은 어머니와 젊은 부부 한 쌍이 전통차를 마시며 주인과 오랜 지기처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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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직접 염색한 자연염색
우리옷을 입고 모델로 나선 박영숙씨. |
박씨는 지난 2000년 우연히 자연염색의 우수성을 접하게 되면서 늘 관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 날 누구나 부러워하는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자연염색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지난 2005년 삼성생명 대구지점 계산영업소장직을 버리고 본격적인 자연염색 공부에 들어간 박씨는 전국의 자연염색 선생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특히 인간문화재 제115호인 염색장 정관채 선생을 만나면서 자연염색을 평생의 업으로 삼기로 마음을 굳히게 됐다.
박씨는 먼저 물띠미에 작지만 아담한 작업장 겸 전시실을 마련하고, 안정적인 염재 공급을 위해 청송군 현서리 백자리에 농장을 마련했다. 1000평 규모의 농장에는 최고의 염재로 불리는 쪽이 자라고 있다. 하지만 농장 주변에는 훌륭한 염재인 오리나무와 호두, 밤, 송이, 쑥, 애기똥풀 등이 지천으로 늘려 있어 박씨의 작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으며 특히 백자리는 주민들이 콩을 많이 재배하고 있어 콩대를 태운 잿물을 무한정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천혜의 염재 공급처다.
이밖에도 박씨는 실험정신을 살려 사과주산지인 이곳 주민들로부터 상품성이 떨어지는 사과를 얻어 즙을 내 숙성 중이다. 사과의 매염 효과를 살펴보려는 것이다.
모든 자연의 산물은 염색 재료로 가능하지만 일광 세탁 마찰 땀에 대한 견뢰도가 높아야 경제성이 있기 때문에 실제 염재로 쓰이는 것은 그리 많지는 않다. 최고의 염재로 치는 쪽과 감물, 오리나무 자초, 오배자, 대황 등이 그것이다. 오방색 가운데 붉은색은 소목이나 연지충 꼭두서니 등이, 노랑색은 황배이나 양파 껍질, 검은색은 오리목이나 신나무 등이 주로 쓰인다.
이 가운데서도 박씨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염재는 옷이 피부에 직접 닿은 특성을 살려 환자들이나 아토피를 앓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치료용으로 입을 수 있는 자연염색 우리옷이다. 임진왜란 때 병사들에게 쪽으로 염색한 옷을 입힌 것은 2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 였다며 황토나 숯은 누구에게나 좋고 특히 홍화는 환자에게 아토피 어린이에게는 황련이나 쪽이 좋다고 말했다. 또 쪽은 열이 많은 남자에게, 쑥은 여자에게 좋다고…
이렇게 박씨가 직접 염색한 천은 친언니인 월해(56세)씨가 직접 디자인해 바느질 솜씨가 좋은 사람에게 맡겨 우리옷으로 탄생한다. 월해씨는 계명대 의상디자인과 출신으로 다도생활 15년의 내공이 쌓인 전통차인이기도 하다. 3년전 뉴질랜드 교민들을 대상으로 기초과정 차 수업을 한 적이 있는데 지금도 그 수강생 교민들과 교류를 하고 있을 정도란다. 지금은 칠곡 망월사에서 다도강좌를 열고 있어 ‘쪽빛노을’을 찾은 손님들은 월해씨가 우려낸 전통차는 덤으로 맛 볼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쪽빛노을’의 자연염색 우리옷은 한 벌도 같은 디자인이 없다. 가격은 한 벌에 30~50만원 선.
마지막으로 박씨는 「치료용으로 우리옷이 부담스러운 분들에게는 자연염색한 이불이나 요, 베개 등 침구류도 괜찮다」며 「모든 가정의 옷장에 자연염색 옷 한 벌 정도는 걸리는 그날이 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761호 : 2008년 1월 28일 월요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