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 토닥 나무장작 타는 소리가 그리워지는 겨울날이다.
이번 주말엔 아이들을 데리고 우리 동네 어딘가에 꼭꼭 숨어있을 소담스러운 마을구경이나 한번 다녀오려는 마음에 잘 보지 않던 지도책을 펼쳐들었다.
어디에서 어디까지 몇 km, 우리 모두 알만한 지명들과 장소들, 어떻게 하면 좀 더 빨리 갈 수 있는 건지만 열심히 적어놓은 지도책이다.
문득 지도책 하나를 만들어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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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하도 목판본. 18세기 중엽. 28.8×35.5㎝. 영남대 박물관 소장. |
어떻게 하면 가장 느리게 가는지 그려놓은… 느리게 가면서 숨어있는 우리 마을의 사랑스러운 곳. 소담스러운 곳들을 다 구경할 수 있게 그려놓은… 나의 어린 시절과 내 아버지의 어린 시절이 배여있는 집과 마당을 그려놓은… 친구들과의 장난이 가득 배여있는 골목과 담장길을 그려놓은… 어디가면 예쁜 돌담이 있는지… 어디가면 오랜 시간과 세월로 무르익은 기와굴뚝이 있는지… 어디가면 개울가에 핀 야생화가 이쁜지… 우리가 함께하고 있는 이 도시 구석구석 오랜 사랑과 정성이 듬뿍배인 그런 장소와 공간들을 그려놓은 그런 생태지도책 하나를 만들어 보고 싶어진다.
쓰러져가는 집이라고 부셔버리고, 쓰러져가는 담이라고 허물어버리면 우리의 기억과 추억과 세월이 담겨진 소중한 우리의 공간들은 다 죽어버린다. 우리 스스로 우리를 죽이는 것이다.
지혜를 모아 그것들을 살리면서 새로운 것을 함께 담는 것. 그러한 것들을 잘 만들어 우리의 아이들에게 배우게 하고 물려주는 것. 그것이 경산에 사는 우리가 해야 할 몫일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느리게 걷는 생태지도를 한번 그려보자.
우리 옛지도는 한 폭의 아름다운 산수화다. 특히 옛 고을지도는 땅이라는 물리적 실체를 뛰어넘어 자연과의 합일을 모색했던 우리 선조들의 풍부한 미의식과 삶의 편린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땅을 살아있는 유기체로 여긴 옛사람들은 땅에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의 이치가 있다고 믿었다. 지도 제작자인 화원들이 방위에 따라 오행의 색깔을 다르게 칠하고 산과 강을 뼈와 혈관으로 이해해 그 맥(脈)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도우재 생태건축연구소 대표·건축사
<760호 : 2008년 1월 21일 월요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