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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이렇게 가져가시면 하루에 얼마 버세요.”
거리에서 폐지수레를 끄는 노인들에게 한 번쯤은 물어보거나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일 것이다. 몇몇 폐지수집업체에 문의해서 알아본 바 1kg당 100원. 폐지의 질이 최상이거나 고물상 주인의 인심이 최대로 발휘될 때의 가격이다.
업계평균가는 70~80원인데 종이의 재질과 상태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
만원을 벌자면 어느정도의 폐지를 모아야 할까. 1kg을 100원으로 계산해도 족히 100kg을 모아야 한다. 대략, 300페이지짜리 책 200권, 신문 1000부, 라면박스 500개 정도의 무게다. 어느정도의 편차를 감안 하더라도 엄청난 양이다.
노인들이 평균적으로 폐지수집만으로 버는 돈은 하루에 얼마일까?
“누구 우사 시킬 일 있습니꺼. 우리애들 알면 난리납니더. 마 치우소?”
반나절 정도의 동행취재를 부탁한 몇몇 노인분들이 하나같이 손사레를 친다. 겨우, 한 할머니에게 신문사에서 나오는 폐지를 일주일마다 따로 모아서 드리마고 약속을 하고서야 동행취재를 허락 받았다. 마침 반나절동안 모은 폐지를 집에다 갖다 놓으러 가시는 중이다. 왜 고물상으로 바로 가져가지 않느냐고 했더니 한 수레의 양이 너무 적을 뿐더러 마구 뒤섞여 있으면 고물상에서 안받아 준단다. 그래서 집마당 한 켠에 쌓아 뒀다가 이틀이나 삼일에 한 번씩 정리해서 실어낸다고.
장바구니용도로나 맞춤한 작은 손수레에는 성인남자 어깨 한 짐 분량의 폐지가 실려 있다. 밧줄로 폐지뭉치를 묶어두긴 했으나 보도블록의 요철은 연신 손수레를 덜그럭 흔들어댄다. 뭐라도 떨어질세라 수레가 넘어질세라 손잡이를 바투잡은 손등의 핏줄이 터질듯 불거진다. 할머니는 이렇게 하루 다섯 번 정도를 시장주변과 집을 오가신단다. 할머니는 소일 하면서 건강도 챙길겸, 손자손에 쥐어 줄 몇 푼의 용돈이나마 벌 겸으로 폐지수집을 하는, 소위 팔자좋은 노인들과는 거리가 영 멀다. 올해 칠십 중반의 정이숙(가명) 할머니. 5남매의 자식이 있단다. 그런데 큰 아들은 5년여 전에 교통사고로 반신불수가 되어 산재연금으로 겨우 버티고 있는 상황이고, 사고로 척추를 다쳐 몇 년째 운신이 불가능해지면서 아내와 이혼 한 둘째아들과 손주 둘은 할머니의 월세 20만원짜리 단칸셋방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단다. 그나마 나머지 자식들도 사는 형편이 모두 고만고만하다보니 정기적으로 생활비를 지원받는 건 어림도 없는 상황. 그래도 간간이 얼마간의 돈을 모아서 보내주는 덕에 방세 정도는 해결할 수 있으시다고.
“보통 새벽 3시나 4시에 나가서 밤 10시까지 줍습니더. 중간중간에 아들과 손주 밥 해주러 한 번씩 들어오거나 잠자는 시간 말고는 하루 종일 밖에서 허대는 거지예.”
그렇게 모은 폐지를 세들어 사는 집의 뒷마당 한켠에 쌓아 두었다가 이틀 또는
사흘에 한 번씩 고물상으로 갖고 가서 넘기면 보통 8천원정도 받으신다고.
쉬는 날 없이 꼬박 해도 한 달에 12만원이 안된다.
“이것도 요새는 서로 해 묵을라꼬 난립니더. 경운기 몰고 리어카 몰고 얼매나 훑고 댕기는지 하루종일 돌아댕기봐야 박스 10개 줍기도 힘듭니더. 그나마 슈퍼나 식당같은데 가서 박스 하나 얻을라 카면 그 옆에 있는 쓰레기까지 다 치워줘야 합니더. 10원도 안 쳐주는 박스 하나 주면서 얼마나 유세를 떠는지 압니꺼. 이래 살아도 사람이 자존심이라는 게 있는데 박스 하나 던져 주면서 하나에 500원 정도 받냐고 묻는 사람들 보면 속이 확 뒤집어 지는 거라예”
이야기를 듣다보니 뭔가 앞뒤가 안맞다. 단칸셋방에서 최저수준의 생활을 한다 하더라도 4식구의 생활비로 할머니의 벌이는 턱없이 부족하다. 혹 기초생활보호대상자로 생활비를 지원받냐고 묻자 할머니가 언성을 높이신다.
“그기 뭔지는 몰라도 나라에서 나오는 돈이 있으면 내가 이 짓을 와 하고 댕기겠능교.”
동사무소에 몇 번이나 가서 사정을 하고 뒹굴어도 봤지만 택도 없다카데예. 그래도 통장이 사람이 좋아가 한달 쌀값하고 반찬값조로 쪼매씩 갖다 줍디더 그기 없으면 우린 바로 굶어 죽심더” 기자에 대한 경계심리로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더이상 묻지 않는게 예의다 싶다. 4식구가 생활한다는 단칸방의 허름한 양철문은 할머니의 고단한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방안을 들여다 볼 수 있겠냐고 하니 턱도 없단다. 둘째아들이 방안에 있는데 봉변당하기전에 얼른 나가란다. 연세와 성함을 알려주면 동사무소에 가서 사정을 설명하고 기초생활호보대상자 지정여부를 알아봐 드리겠다 해도 할머니는 끝까지 묵묵부답이다. 이유인즉 행여 기사에 할머니의 이름과 사는 형편이 알려지면 자존심 강한 자식들의 역정이 이만저만 아닐 것이라는 것. 바라는 게 있으면 말씀하시라 했더니 의외다.
“다른 건 필요 없심더. 내사 마, 자식들 주는 돈으로 편하게 묵고 살 수 있는 영감할마시들이 종이 줍는 꼬라지 좀 안 봤으면 좋겠심더. 그거 몇 푼 번다고… 가마 놔두면 내 같이 진짜 없이 사는 사람들 쪼매라도 더 주워 갈낀데. 사람 안 미워할라케도 그런 영감할마시들 보면 진짜 밉심더” 며 글을 마무리 하기에 딱이다 싶은 말씀을 덧붙이신다. “사람들이 내만 보면 물어보는 하루에 얼마버냐는 말에 인자 질릴대로 질렸습니더. 종이 쪼가리 몇 푼 안 하는거 뻔하게 알면서 와자꾸 물어샀는지… 기사 쓸 때 꼭, 우리같은 늙은이들 보고 얼마 버는지 고마 좀 물어보라 해 주이소.”
<759호 : 2008년 1월 14일 월요일자>